한전공대 초대 총장 후보자인 윤의준 대학설립추진위원장은 지난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설립 준비 진행 상황과 학생 선발 계획에 대해 밝혔다. 이날 윤 위원장은 "학생 선발에 있어 수능은 변별력이 없다"며 "기존 관행을 깨는 입시 준비 방안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대학 측은 합숙을 통한 심층 면접과 비계량 평가 등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윤 위원장은 "수능·내신 성적을 지양하고, 대신 2박3일 합숙캠프를 통한 몰입형 심층 면접, 연구 경험이나 계획을 바탕으로 한 비계량 평가 등을 통해 연구와 창업에 잠재적 역량을 갖춘 글로벌 인재 선발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입학전형 계획은 내년 5월쯤 공개할 예정이다.
한전공대 관계자는 "강의를 없애는 대신 팀별 과제를 통해 교수와 학생간 일대일 수업을 하는 방식으로 커리큘럼을 구상하고 있다"며 "주입식 학습에 익숙한 학생보다는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난 학생을 선발해 실무 중심 교육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입학생은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된다. 등록금을 내지만 장학금과 교육지원비를 별도로 받기 때문에 사실상 학비가 무료다. 한전공대는 대학 편제가 완성되는 2025년까지 설립 비용 6210억원, 운영비 2079억원 등 총 8289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26일 열린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에서도 이 같은 지적이 나왔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한전공대가 수능·내신 없이 자체적으로 학생을 뽑는다면 '아버지는 뭐하시냐. 어디 소속이시냐'로 선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많다"며 "결국 입시 전형이 '부모 찬스'로 전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학들은 학생 선발은 원칙적으로 대학의 자율에 맡기는 게 좋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전공대가 밝힌 대로 다른 전형요소를 배제한 채 심층 면접만으로 진행된다면 변별력을 갖추기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았다. 수도권 소재의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입학 전형의 변별력이 낮다면 해당 전형에 대한 정보가 많거나 관련 사교육을 집중적으로 받는 학생들이 유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입시 전문가들도 학생부 등 최소한의 자료도 참고하지 않는다면 외부 요인이 작용할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한 대형학원 관계자는 "내신과 수능 관리에 급급한 학생들이 한전공대만을 위해 입시를 준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지인 찬스' 등으로 확보한 정보가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아직 구체적인 입학전형 계획이 나오지 않아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한전공대 관련법이 제정되지 않아 확정적인 답변이 어렵다"면서 "아직 법인설립 허가만 했을 뿐 입학전형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15일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전공대의 이름을 한국에너지공대로 변경하고 정부·지자체·공공기관이 재정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 공표를 위해서는 산업통상자원특허 소위원회 심사와 상임위 표결,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등을 거쳐야 한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