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정감사에서도 윤 총장은 그다웠고, 많은 이들이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공기가 달라졌다. 그는 정계 입문 여부에 대해 여지를 남기면서 발을 질질 끌었다. 올 초 대선후보 지지율 2위에 오르자 “명단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을 때와는 결이 확연히 달랐다. 판도라의 상자를 연 셈이다. 윤 총장의 힘은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거악을 처단하던 정의파 검사 이미지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제부터 그의 행보 하나하나는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게 됐다.
논란은 보다 근본적인 질문, 곧 그가 대통령감인지에 대한 갑론을박으로 확전될 것이다. 대통령은 거대 경제 담론을 다뤄야 하고 사회 곳곳의 치열한 갈등도 중재·조율해야 한다. 과연 ‘법의 지배’에만 익숙하고, ‘범죄’를 통해서만 경제를 접했을 그가 제대로 국가를 경영할 수 있을까. 그는 총장 직위를 유지한 채 이런 논쟁의 한가운데로 뛰어들 수 있을까. 말이 많은 만큼 가끔 바른말도 하는 추 장관의 발언대로 당장 내일 정치하는 한이 있더라도 “정치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히는 편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드는 이유다.
정치적 논란을 불식시키는 길은 결국 남은 임기 동안 제한적인 권한이나마 최대한 활용해 ‘검사 윤석열’의 참모습을 과시하는 것뿐이다. 정계 입문 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히 선을 그은 채 말이다. 그렇게 임기를 마친 뒤 어떤 방향으로 생각이 굳어졌을 때 자신에게 ‘칼잡이’ 이상의 역량이 있음을 증명해 보이는 것이 온당한 수순일 것이다.
박진석 사회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