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이런 표현을 써가며 사퇴를 압박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 총장은 더 이상 검찰 집단의 이익을 위해 몽니를 부리지 말고 사퇴해야 한다”고 적었고, 정청래 의원은 라디오에서 “(윤 총장이) 제가 봤을 때는 ‘윤 서방파 두목’, 그런 느낌이 든다”고 했다. 검찰총장 대우를 받지 못해 심술을 부리는 조직폭력배 이미지로 깎아내리며 비난전을 편 것이다.
여당 “해임 건의 가능” 발언까지
청와대선 여론 역풍 우려 말 아껴
야당 “검찰총장 임기제 전면 무시
대통령이 추·윤 갈등 결단해야”
야당은 민주당의 압박에 반발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검찰총장 그만두라고 하는 이야기는 총장 임기제를 전면적으로 무시하는 것”이라며 “국민이 굉장히 피곤하다.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둘 다 해임하든지 그중 잘못한 사람을 해임하든지 결심해야 한다”고 했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극한 대립은 청와대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앞서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지난 20일 “현재 상황에서 수사지휘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추 장관에게 힘을 실어줬지만, 1년여 전 윤 총장 임명 당시 문 대통령이 한 주문과는 상치되는 면이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치 쟁점이 된 사건을 빌미로 윤 총장을 해임하게 되면 문 대통령의 인사 실패를 자인하는 모양새가 되는 것은 물론, 역풍을 감안해야 한다. 해임건의안이나 탄핵소추안 발의도 마찬가지의 부담이 있다. 현재로선 윤 총장의 자진 사퇴를 압박하는 것 외에 뾰족한 수가 없는 셈이다.
윤 총장이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언급하며 임기를 지키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여권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추 장관은 “(대통령은) 절대 정식 보고라인을 생략한 채 비선을 통해 의사를 전달할 성품이 아니다”고 의구심을 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적어도 최근엔 문 대통령이 그러한 취지의 메시지를 준 일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은 28일 국회에서 ‘위기에 강한 나라’를 키워드로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는 시정연설을 한다. 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위기 속에서 오히려 희망을 만들어낸 우리 국민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예산안을 통해 내년에 어떻게 방역과 경제를 동반 성공시켜 위기에 강한 나라를 굳건히 해나갈 것인지 밝힐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강태화·오현석·윤성민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