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양극화가 극도로 심해진 상황이라 대선 막바지에 양당이 타깃 삼아 공략하려는 중도층이 과연 존재하기나 하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미국 대선에서의 주요 고려사항들을 추려보면 경제·외교·안보·환경·세금·복지·이민·교육·건강보험·방역·인종갈등·총기규제·성평등·낙태 권리·성소수자 권리 등 정말로 다양하다. 이 많은 논점들을 놓고 정확히 의견이 일치하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텐데 정치적 목적으로 양극단으로 편을 가르면 정작 주요 사안들은 진영논리에 묻혀버린다. 복잡한 세상사를 흑백논리로만 보는 사람들이 대다수가 되면 민주주의의 기저가 흔들릴 수도 있는데, 불행히도 소셜 미디어의 대중화로 미국식 양당체제의 한계가 너무 일찍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국경을 초월한 신념의 양극화
AI·소셜 미디어로 편향성 확대
진영 논리에 빠지지 않으려면
정보 선별·검증 태도 길러야
눈으로 들어오는 시각 정보가 전부 두뇌로 가는 것이 아닌 것처럼,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는 누구나 그것을 선별해서 받아들여야 하는 법이다. 다만 그 선택을 어떤 기준으로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사실여부에 관한 질문에 대한 가장 한심한 답변은 “그거 책에 있는데요”다. 활자화된 것은 전부 액면 그대로 믿는다는 말인가? 그나마 출판된 글은 최소한의 검증이라도 거쳤다고 믿어보겠지만,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글들은 그야말로 아무나 쓸 수 있는 것이다. 그저 ‘우리 편이 한 말이라 믿는다’는 1차원적 진영논리에 다름아니다.
사실 정보를 제대로 검증하는 것은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일반인들도 매사를 의구심을 가지고 검증하는 태도를 갖춰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일단 정보란 하나의 소스에서만 나와서는 곤란하다. 데이터는 여러 종류가 합쳐졌을 때 가치가 올라가는 법이다. 검토 후 무시될 수 있지만 상반되는 데이터도 반드시 참고해야 한다. 정보란 원래 감정을 빼고 봐야 하는 것이다. 아니면 검증 전에 결론이 먼저 나와버린다.
어느 출처에서 나온 정보이건 무조건적으로 믿는 건 금물이며, 귀찮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검색·확인해야 한다. 인터넷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태도를 지양하고, 기기들을 끌 때는 꺼야 한다. 특히 사용자의 과거 습관을 바탕으로 AI가 권하는 기사나 비디오는 기존의 신념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함정이니 주의해야 한다. 기계가 제시하는 것만 수동적으로 볼 게 아니라 주도적으로 테마를 정하여 정보를 얻을 일이다.
세상은 이미 바뀌었으니 공간을 초월하여 사람들을 연결해주고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소셜미디어를 비판하고 개선할 수는 있어도 아주 없앨 수는 없다. 가끔 먹는 라면은 맛있지만 그것만 삼시 세끼 먹다가 문제가 생기면 소비자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귀가 쏠리는 정보도 편식은 금물이다.
유혁 윌로우 데이터 스트래티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