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호텔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매출 급감으로 울상이지만, 웨딩사업만은 특수를 누리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스몰웨딩’(하객 수 100명 미만)이 호텔에서도 자리를 잡으면서다.
사회적 거리두기 결혼 신풍속
코로나로 하객 적지만 화려하게
40명 미만 500만원대로 치러
혼인 줄었어도 럭셔리예식 호황
롯데, 내년 예약률 전년비 20배
과거 특급호텔 웨딩은 주로 하객 300명 이상이 참석하는 대형 예식이었지만, 최근엔 스몰웨딩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올해 롯데호텔 서울에서 치러진 스몰웨딩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00% 이상 증가했다. 전체 결혼식 증가율(20%)의 5배가 넘는 수준이다. 스몰웨딩 문의 건수도 전년 동기의 3배가 넘는다. 올해 하반기 롯데호텔 서울에서 진행할 예정인 결혼식의 절반 이상이 이런 스몰웨딩이다.
스몰웨딩 중에서도 더 작은 규모의 ‘마이크로웨딩’(하객 수 50명 미만)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롯데호텔 서울에서 올해(1~9월) 치러진 마이크로웨딩 건수는 전년보다 40% 이상 늘었다. 올해 9월 기준으로 내년 상반기 마이크로웨딩 예약률은 전년도 상반기의 20배 이상이다. 서울웨스틴조선호텔도 마이크로웨딩 매출이 2020년 누계로 전년 동기보다 53% 이상 늘었다.
이런 현상은 ‘스몰 럭셔리’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결혼식 규모를 줄이는 대신 돈을 더 들이더라도 결혼식 연출 디테일이나 식사 등에 더 신경 쓰는 예비부부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해외 신혼여행이 막히면서 결혼식 자체를 통해 위안을 얻고자 하는 보상소비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예기치 않게 상승할 경우 바로바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점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롯데호텔 서울은 여러 연회장을 동시에 사용하는 ‘따로 또 같이’ 예식이 가능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결혼식 규모를 조절할 수 있다. 비대면 맞춤형 서비스도 강화했다.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결혼식 현장을 중계한다.
조종식 롯데호텔 서울 총지배인은 “호텔에서 결혼한 고객에겐 패밀리 회원으로 결혼기념일이나 돌잔치 등 생애 특별한 날 다양한 특전을 제공하는 등 지속적인 유대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며 “스몰웨딩의 경우 결혼 예정일을 2~3개월 앞두고 예약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웨딩 수요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