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상 그룹 총수는 이미 이재용 부회장
공정위는 ▶이 회장의 와병 후 이 부회장의 결정에 따라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 미래전략실 해체 같은 중대한 조직 변화가 있었고 ▶2018년 2월 고등법원 판결에서 이 부회장을 삼성그룹의 사실상 총수라고 규정했으며 ▶삼성그룹 지배구조상 최상위에 있는 삼성물산 지분을 이 부회장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공정위 판단처럼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는 삼성물산이다.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이 구조는 더 공고해졌다.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17.33%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이 부회장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5.55%),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5.55%), 고 이 회장(2.88%) 등 가족 주식까지 합쳐 이 부회장 일가 소유의 삼성물산 지분은 33.4%다.
이 부회장→삼성물산…합병 재판 결과 변수
검찰은 삼성물산 주식은 없고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도록 합병 비율이 산정됐다고 보고 있다. 앞으로 있을 법원의 결정에 따라 이 부회장의 거취는 물론 합병에 따른 지배구조에도 영향이 갈 수 있다.
‘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고리에도 큰 변수가 있다. 일명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다. 지난 6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험사의 자산 비율을 산정할 때 주식 ‘취득 당시 가격’이 아닌 ‘현재 시장 가격’으로 바꾸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처음 갖게 됐을 때(취득) 가격이 아닌 지금의 시가총액으로 기준이 달라진다면 당연히 ‘3%룰’에 걸리게 된다. 손실 위험을 줄이는 차원에서 보험사는 총자산 3% 이내로만 대주주나 계열사의 주식을 보유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삼성생명→삼성전자…보험업법 개정 변수
이렇게 되면 ‘이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끊어질 수도 있다. 이 구도를 ‘이 부회장→삼성물산→삼성전자’로 바꾸려면 대대적 개편이 불가피하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4%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삼성전자에 매각하고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밖에 인적 분할, 합병 등 지배구조 개편을 둘러싸고 다양한 전망이 증권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2016년 삼성이 추진했다가 접었던 지주회사 전환 등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하지만 법령 검토, 관련 조직 재편, 다른 주주 반발 등 따져야 할 부분이 하나둘이 아니다.
결국 가장 큰 관건은 재원이다. 지주회사 설립ㆍ전환만 해도 막대한 자금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이 부회장의 지분율이 낮아져 지배력에 문제가 생긴다는 지적이 있다. 10조원 수준으로 예상되는 상속세도 자금 마련과 지분 매각의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