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학 시절부터 야구를 좋아하기 시작해 프로야구단 삼성 라이온즈의 창단에도 깊이 관여해 초대 구단주를 맡기도 했다. 지난 1993년 신(新)경영을 선언한 후 야구, 럭비, 골프를 '삼성의 3대 스포츠'로 지정했을 정도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 야구단의 초석을 닦았다. 선진 야구기술의 접목과 어린이 등 아마야구 저변 확대를 강조하면서 초·중·고 야구대회를 개최했는데 홈런왕 이승엽, 에이스 투수 배영수 등을 발굴했다. 또 삼성 2군 선수들이 쓰는 경산 라이온즈 볼파크는 이 회장이 준 선물이다. 옛 제일모직 직장 예비군 훈련장 터에 이 회장의 주도로 1987년 세워졌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공사를 거듭하여 국내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게 됐다.
"일류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던 이 회장은 과감한 투자와 S급 선수를 영입해 삼성을 2000년대 들어서 세 번(2002, 2005, 2006년)이나 우승하게 했다. 2002년 우승했을 때는, 삼성그룹 직원에게 "삼성야구단에서 경영을 배워라. 클린업 트리오라고 하는 핵심인력을 잘 운용한 것이 우승 견인차 역할을 한 것처럼 우수인재를 적극 개발, 각 업종이 세계 최고가 되도록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삼성이 2011년에 다시 5년 만에 챔피언에 오르자 이 회장은 당시 류중일 감독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축하인사를 건넸다. 그동안 삼성이 스포츠 각 분야에서 숱한 우승을 일궜지만 이 회장이 우승 직후 직접 구단 감독에게 축하전화를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고 한다.
2014년 5월 25일 삼성이 11연승을 확정하는 극적인 순간, 의식이 없는 채 병상에 누워 있던 이 회장이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대구 넥센전에서 3회 이승엽이 3점 홈런을 터뜨렸는데 이건희 회장도 떠들썩한 분위기에 잠시 눈을 떴다고 한다. 이 소식을 들은 이승엽은 "야구선수로서 굉장히 행복하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