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실종 직전까지 인터넷 도박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종 공무원의 형 이래진(55)씨가 "동생이 어민들을 돕기 위해 동료·지인들의 꽃게 구매 대행을 주선했다"던 돈까지 도박으로 탕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경찰은 22일 '어업지도 공무원 실종 수사 관련 간담회'에서 "실종 공무원이 도박 빚으로 인한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실종 공무원, 2시쯤 실종된 것으로 추정
해경은 지난달 21일 오전 2시를 전후에 무궁화10호에서 이탈한 것으로 추정했다. 1층 서무실 컴퓨터엔 이씨가 조타실을 나온 뒤 2분뒤인 21일 오전 1시37분에 접촉한 기록이 남아있었다. 소연평도 기지국과 이씨의 휴대전화 최종 연결시간은 당일 오전 1시51분이다. 그러나 이씨가 실족이나 극단적 선택 가능성은 없다고 봤다. 지난달 29일 중간수사 결과처럼 '월북'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이씨 실종 당시 무궁화10호는 닻을 내리고 정박한 상태였다. 파고 0.1미터, 바람 5m/s, 수온 22.9도 등 기상 상태도 양호했다. 배 양 옆에는 유사시에 사용할 수 있는 줄사다리도 있었다. 해경은 이씨가 북측에 발견될 당시 부유물에 의지한 채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던 점도 실족이나 극단적 선택과는 거리가 멀다고 판단했다.
해경관계자는 "무궁화10호의 폐쇄회로 TV(CCTV) 자료나 이씨의 휴대전화 등 결정적 단서나 목격자가 없어 사실관계를 밝히는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면서도 "평소 이씨가 업무에 성실한 편이어서 전화 통화나 흡연을 위해 자리를 비운 것 외엔 장시간 자리를 비운 적이 없다는 동료들의 진술과 컴퓨터 접속 시간 등을 볼 때 오전 2시쯤 배에서 내린것 같다"고 추정했다.
해경 "실종 공무원, 실종 당일까지 도박"
이씨는 실종되기 전 "연평도 어민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며 지인과 동료들에게 ㎏당 8000원을 받고 꽃게 구매대행을 했다. 이렇게 받은 돈만 730여만원에 이르는데 이 돈도 모두 입급받은 당일 모두 도박 계좌로 송금했다. 이씨는 실종되기 직전인 지난달 20일 오후 10시28분에도 도박계좌로 송금을 했다.
해경 "이씨, 절박한 경제 상태에서 월북 선택한 듯"
해경 관계자는 "이씨는 출동 전·후는 물론 출동 중에도 수시로 도박을 하는 등 최근 455일 동안 591차례에 걸쳐 인터넷 도박자금을 송금하는 등 도박에 깊이 몰입되어 있었고, 각종 채무 등으로 개인회생 신청, 급여 압류 등 절박한 경제적 상황에 놓인 상태였다"며 "이런 상황에서 동료·지인들로 부터 받은 꽃게 대금까지 모두 도박으로 탕진하면서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 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씨 가족, "채무, 월북 증거 아니다"
최모란·심석용 기자 mor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