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7년을 선고한 항소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유 전 의장은 항소심 판결 이후 대법원에 따로 상고하지 않았다.
유 전 의장은 지난해 5월 자신의 집에서 아내와 다투던 중 골프채로 아내를 때리고 발로 밟고 주먹으로 치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유 전 의장의 폭력이 멈추자 방으로 기어들어간 아내를 유 전 의장은 들여다보지 않았다. 몇 시간 후 아내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알아챈 유 전 의장이 119에 신고했지만, 병원으로 이송된 아내는 숨지고 말았다.
유 전 의장이 골프채로 아내를 때렸고, 아내가 사망에 이르렀다는 사실은 같다. 1심과 2심이 다르게 본 것은 유 전 의장에게 살해의 고의가 있었는지다. 즉 유 전 의장이 아내를 살해할 의도를 갖고 골프채를 휘둘렀는지, 혹은 적어도 이렇게 아내를 때리다가는 아내가 사망할 수도 있겠다는 걸 알면서도 폭력을 멈추지 않았는지에 대한 판단이 달랐다.
‘체격 차이’ 주목한 1심…‘골프채’ 주목한 2심
하지만 2심은 이를 달리 봤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1심에서 쓴 사정만 보면 유 전 의장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면서도 “유 전 의장에게 상해의 고의를 넘어 살해할 의도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항소심은 여러 이유에 더해 흉기였던 ‘골프채’로 유 전 의장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를 가늠했다. 항소심은 “당시 주방에는 식칼, 깨진 소주병 등 피해자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물건들이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며 “유 전 의장이 아내를 살해하려 했다면 다른 흉기를 썼을 수도 있지만, 골프채 외에는 흉기를 쓰지 않았다”고 했다.
또 피해자 몸에 골프채 헤드에 맞은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꼽았다. 만약 유 전 의장이 아내를 죽이려 했다면 골프채 손잡이를 잡고 헤드로 아내를 내려치는 방식을 썼을 것인데, 유 전 의장은 막대기 부분으로 폭력을 행사했다는 뜻이다. 피해자에게 발견된 막대기에 맞은 듯한 상처가 하체에 주로 집중됐고 머리나 가슴, 복부 등 급소 부위에는 거의 없었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항소심은 “가정폭력은 어떤 이유든 용인할 수 없다”며 살인죄 대신 상해치사죄를 적용했다.
지난해 남편ㆍ애인 등에 의해 사망한 여성 최소 88명
한국여성의전화는 “많은 수의 여성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피해를 보지만 정부는 제대로 된 공식 통계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매년 언론 보도를 분석해 통계 자료를 내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러면서 “가해자들은 ‘홧김에’‘우발적으로’ 같은 이유를 주로 대고 재판부는 ‘계획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감형한다”고 비판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