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1일 ‘2019년 기업경영분석’을 발표했다. 한은이 비금융 영리법인기업 74만1408개를 상대로 조사한 지난해 성적표다. 전반적인 성장세 둔화가 수치로 확인됐다. 일단 2019년 국내 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은 0.4%로 2017년(9.2%)·2018년(4.0%)보다 큰 폭 낮아졌다. 1년 동안 기업을 굴렸는데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의 매출액 증가율이 2018년 4.0%에서 -1.7%로 떨어졌다. 하락 폭이 2015년(-4.1%) 이후 역대 두 번째로 컸다. 전자·영상·통신장비, 화학제품, 석유정제 등이 특히 나빴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이 2018년 2.7%에서 2019년 -2.3%로, 중소기업이 5.9%→4.2%로 하락했다. 경제의 중심축인 제조업과 대기업이 특히 어려웠다는 의미다. 한은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반도체와 무선통신기기, 디스플레이 등의 수출이 특히 부진했다”고 말했다.
돈 벌어 빚 못 갚는 기업 비중 역대 최대치
이자보상비율 역시 낮아졌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이자)으로 나눈 값이다. 기업이 돈을 빌려 이자를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보는 지표다. 2017년 537.4%였던 이자보상비율은 2018년 470.9%, 2019년 326.5%로 큰 폭 하락했다. 구간별로 보면 100% 미만 기업 비중이 2018년 35.2%에서 지난해 36.6% 증가했다. 2009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다.
100% 미만이라는 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내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자보상비율이 3년 연속 100%에 못 미치면 한계기업으로 분류한다. 올해는 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한은은 지난달 전체 외부감사기업 중 한계기업 비중이 2019년 14.8%에서 21.4%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한계기업의 예상부도확률도 높아지고 있다. 예상부도확률은 주가로 평가한 기업의 자산가치가 1년 안에 갚아야 할 빚 이하로 내려갈 확률을 말한다.
지난해 기업의 부채비율은 115.7%로 2018년(111.1%)보다 약간 높아졌다. 회사채 순발행 금액이 2018년 6조3000억원에서 15조9000억원으로 증가한 게 영향을 미쳤다. 한은 관계자는 “회계기준 변경 영향으로 운수업 등 서비스업의 부채비율이 높아진 것도 반영됐다”고 말했다.
총자산증가율 2018년 5.8%에서 6.1%로 소폭 상승했다. 제조업(5.1%→3.3%)은 하락했지만, 비제조업(6.3%→8.1%)의 큰 폭 상승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라 건설업(3.3%→6.8%)의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