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포항 김기동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그는 연봉이 높지 않은 선수들을 잘 조직해 화끈한 공격축구를 펼친다. [뉴스1]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 김기동(49) 감독은 ‘포항답다’는 표현을 여러 번 썼다. 20일 통화에서다. 포항은 이틀 전인 18일 K리그 ‘동해안 더비’에서 우승 후보 울산 현대를 4-0으로 대파했다. 그는 이를 두고 “가장 포항다운 모습을 보여주려 애쓴 결과”라고 설명했다.
2위 전북 이어 1위 울산까지 격파
스타 없는 대신 역동적 경기 추구
김 감독은 “포항의 객관적인 전력은 울산, 전북과 차이가 난다. 때문에 주어진 환경 안에서 최대치를 끌어내야 한다. 나는 시즌 중에 해외축구를 보지 않는다.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그 시간에 우리와 상대 팀 경기 영상을 한 번 더 돌려본다. 이길 방법을 한 가지라도 더 찾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팀 김기동’의 투자 대비 효과는 단연 K리그 최고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 기간 중 김예지 의원(국민의힘)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포항은 선수단 인건비로 55억8700만원을 지출했다. 군인 팀 상주를 제외한 K리그1 11개 팀 중 8번째였다. 하지만 최종 순위는 그보다 한참 높은 4위. 전북(158억원), 울산(119억원), 서울(85억원) 등 선수단 연봉과 순위가 1~3위로 일치했던 부자 구단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올해는 씀씀이를 늘리지 않고도 3위를 사실상 굳혔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출전권도 따냈다. 울산과 함께 시즌 최다득점(51골)을 기록하며 ‘내용’과 ‘결과’를 모두 잡았다.
김 감독은 “최근 ‘K리그에서 우승하려는 팀은 포항 결재를 받으라’는 기사를 보고 흐뭇했다. 탄탄한 유스 시스템과 효율적인 선수단 운영이 뒷받침되면 운영비 차이에 따른 전력 격차를 좁힐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웃었다.
김 감독은 벌써부터 ‘올해의 감독상’ 유력 후보로 꼽힌다. 올해로 구단과 계약이 만료되는데, 몇몇 구단이 새 사령탑 후보군에 그를 포함했다는 후문이다. 김 감독은 “상도, 다른 구단도 처음 듣는 얘기다. 포항을 포항답게 만들려 한 노력을 인정받은 걸로 생각한다. 내년에도 주변 여건에 흔들리지 않고 ‘김기동 축구’를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