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없다는 정부 말만 믿고 예약한 건데…”
19일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을 예약한 직장인 백모(26)씨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독감 백신을 맞은 고등학생에 이어 70대 여성이 숨졌다는 소식을 잇따라 접하면서다. 백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독감 증상이 비슷하다고 해서 가족과 함께 예방접종 주사를 맞으려고 했다”며 “상온 노출 사건 때문에 안 그래도 불안했는데 연달아 사망 사고가 터지니 정부를 믿어도 되는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독감 백신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백신 상온 노출과 침전물 발견 등으로 독감 예방 접종 시기가 한차례 미뤄진 데다 예방접종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라서다. 지난 16일 고등학생이 사망한 데 이어 20일 전북 고창에서도 독감 백신을 접종한 70대 여성이 숨졌다.
접종자 사망 소식에…‘백신 공포증’ 확산
일반 병원에도 ‘백신 공포증’이 확산하고 있다.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한 이비인후과 개원의 박모(55)씨는 “연세 있는 환자 중 ‘젊은 사람도 죽는데 괜찮은 게 맞냐’면서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며 “오늘 오전 9시쯤 ‘뉴스 보고 겁이 나서 다시 생각해보고 오겠다’며 돌아간 70대 여성 환자분도 있었다”고 밝혔다. 박씨는 이어 “어제보다 독감 접종 환자가 60% 정도 줄었다”며 “어디서 유통된 독감 주사인지 묻는 등 안전성 여부를 확인하는 문의 전화도 오늘 오전에만 7통 정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과도한 백신 공포…지양해야”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독감 백신 접종으로 단기간에 사망한 사고는 의학계에서 드문 사례”라며 “약이든 백신이든 이상 반응이 있을 수는 있지만 과거 경험에 비추어봤을 때 백신 접종을 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얻는 피해를 비교해보면 실익이 많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또 “상온노출ㆍ백색 입자 논란에 이어 세 번째로 연달아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불안이 확산될 수 있다”면서도 “고위험군 또는 고위험군에 전파할 우려 있는 대상에 한해서 백신을 맞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부검 1차 소견…‘사인 미상’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A군 부검결과 ‘사망 원인을 알 수 없다’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1차 부검 결과 백신과 A군 사망 간 연관성은 나오지 않았다”며 “정밀 부검을 실시해 백신과 관련이 있는지 파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밀 부검 결과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 학생이 예방 접종한 인천 지역의 의료기관에서 현재까지 이상반응이 있는 접종자는 나오지 않았다.
박현주ㆍ심석용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