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방역수칙을 어기고 이들을 보러 차를 타고 ‘깜짝 외출’을 한 바로 그날이었다. 22만 명 미국인의 목숨을 앗아간 감염병을 여전히 얕보는 지도자에게 열광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지만, 흑인이나 라틴계, 아시아인 등 다양한 배경의 지지자가 꽤 많은 점도 눈에 띄었다. 이들 역시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가 쓰인 붉은 모자에, 트럼프 얼굴이 그려진 플래카드, 직접 쓴 손팻말 등 다양한 장비를 갖추고 나왔다.
한인 지지자들 사이에서의 감정은 좀 더 복합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차이나 바이러스’가 퍼진 뒤로 애꿎은 한인들을 상대로 한 크고 작은 혐오 범죄가 늘었다. 그럼에도 트럼프를 지지하는 한인 단체의 김태수씨는 강력한 ‘법질서’를 외치는 트럼프에게 표를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신처럼 1992년 LA 폭동을 겪은 사람들은 더 그렇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심각한 타격을 받은 자영업자 한인 입장에선 “더 강력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민주당 주장이 딴 세상 이야기 같이 들린다고 했다. 경제만 살릴 수 있다면 웬만한 흠결은 눈감을 수 있다는 분위기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56%가 “4년 전보다 잘살게 됐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오바마 4년 차엔 45%, 부시와 레이건 때는 각각 44%에 그쳤다. 지지율 숫자에선 좀처럼 회복을 못 하지만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를 자신하는 것도 이런 대목에서다. 그는 지금도 유세장에서 “우리에겐 바이든 쪽에 없는 열정이 있다”고 강조한다. 이번에도 이런 ‘열정’이 ‘숫자’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이제 미 대선은 2주 남았다.
김필규 워싱턴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