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민주당은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팅 회장의 옥중 폭로에 고무된 분위기를 이어갔다. 라임자산운용의 정·관계 로비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 전 회장이 지난 16일 한 신문사에 보낸 A4 5장 분량의 자필 편지는▶여권 인사 금품 수수에 관한 진술의 허위 가능성을 시사하고▶현직 검사와 야당 유력인사에 관한 의혹을 추가한 뒤▶검찰 개혁 필요성을 주장하는 내용이 뼈대를 이루고 있다. 폭로 이후 민주당의 대응은 김 전 회장 편지의 개요를 그대로 따랐다. 검찰 기존 수사 부실 지적→검사 및 야당에 대한 엄정 수사 촉구→공수처 출범 압박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자신에게 "5000만원을 줬다"고 진술한 김 전 회장을 "사기꾼"이라고 비난했던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김 전 회장의 편지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김봉현씨의 옥중 글에 따르면 이건 검찰의 장난이다. 전·현직 검사들이 많이 개입된 걸로 보아 검찰 게이트”라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의 편지에는 “(한 전관 변호사가) 라임 사건에 윤 총장의 운명이 걸려 있다. 당신이 살려면 기동민(민주당 의원)도 좋지만, 강기정 (정무)수석 정도는 잡으라고 했다”라고 밝혀 강 전 수석의 혐의를 벗기는 데 도움이 될만 한 내용도 담겨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옥중 서신 내용을 보면 기동민 의원이나 강기정 정무수석 등 여당 인사에 대한 연루 의혹 자체가 근거가 없는 사실상의 공작행위였음을 시인한 것 아니겠냐"며 "오히려 검찰이 사건의 실체를 왜곡하고 수사를 통해 정치적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수사 공작 의혹에 대한 실체 규명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또 다른 원내 핵심 인사는 “대규모 펀드 사기로만 여겨졌던 라임 사태의 본질이 사실은 검찰의 공작 수사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며 “사건을 정치 쟁점화하며 권력형 게이트 운운했던 야당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신동근 민주당 최고위원 역시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김 전 회장의) 자술 편지에 의하면 검찰의 라임 사건 수사는 잘못된 검찰 수사 관행의 교과서와도 같다. 왜 검찰 개혁과 공수처 설치가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라고 강조했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이 사건이야말로 공수처 설립 목적에 완벽히 부합한다. 수사 대상 1호가 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