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이 과했던 건 분명한데…사과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자신이 그동안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의 지역화폐 실효성 논쟁 과정에서 페이스북에 쓴 ‘얼빠진’ ‘적폐’ ‘문책’ 등의 공격적 언사에 대해 19일 밝힌 입장이다.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다. 지난 9월 조세연의 지역화폐 관련 연구보고서를 쓴 송철호 부연구위원도 인터뷰 등에서 “이게(지역화폐가) 지방정부 정치인의 치적을 위한 사업이라고 해서”라는 게 이 지사가 밝힌 사과할 수 없는 이유였다. 이 발언은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증인으로 출석한 송 부연구위원에게 질의하는 과정에서 나왔지만 잠시 이 지사와 송 부연구위원 사이에 설전으로 이어졌다.
▶이=“결론이 ‘낭비다’ ‘손실이다’ 단정해서 국가 예산을 낭비하는 사업이라고 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연구만 해야지 왜 정치적 발언까지 나가느냐.”
▶송=“보고서엔 그런 내용이 없다.”
둘 사이 토론이 길어지자 다음 질의 순서였던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저도 질의 좀 합시다 이제”라고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김 의원의 질의 과정에서 송 부연구위원은 ‘정치적 목적’이란 발언 여부와 관련해 “(기자가)그렇게 볼 수도 있느냐고 물어서, 그렇다고 말했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보고서에 ‘정치적인’이란 표현이 계속 나온다”며 “명백한 위증”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전날(18일) 경기도가 지난 5월 11일 이 사업 관련 ‘기한 내 의견을 회신하지 않을 경우 이견없음으로 처리한다’는 공문을 관계기관에 보낸 사실을 공개하며 의혹에 무게를 실었다. 박수영 의원은 “이 공문은 채 전 총장을 만나고 나서 사흘 뒤인 5월 11일에 나갔다. (물류단지 인허가에) 반대 입장을 유지했으면서 협의 공문은 왜 이렇게 급하게 나갔느냐”고 따졌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도 “봉현물류단지 같은 사업의 추진이 사기를 용이하게 만들었다. 경기도가 신청이 들어왔을 때 잘라버렸어야 했는데 안 끊고 이어진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다른 공문·자료를 들어 보이며 야당의 주장을 반박했다. 5월 11일 자 공문과 관련해선 “10일 안에 반드시 답을 달라는 뜻이고, 모든 서류에 똑같이 쓴다. 전에 했던 것을 참고해서 그대로 보냈다”고 해명했고, 채 전 총장의 로비 의혹에 대해선 “만난 게 금요일(지난 5월 8일) 저녁인데 상식적으로 그날 낮까지 공무원들이 반대 입장이라 아무것도 안 하다가 월요일(11일)에 3~4시간 만에 기안문서를 발송하는 게 가능하냐”고 반문했다.
◆“이재명 기본소득, 차베스 같아”=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이 지사를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비유했다. 김 의원은 “이 지사께서 토지보유세를 올리거나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돈을 주는 기본소득 자원을 마련하자고 했는데, 차베스와 토지를 바라보는 관점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에 이 지사는 “나를 포퓰리스트로 규정하는 것 같은데, 아니다”라며 “베네수엘라는 석유산업 의존도가 90% 이상이었는데, 국제 유가가 떨어지면서 감소한 재정 수입과 미국의 경제 제재 등 때문에 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수원=하준호 기자, 김수현 인턴기자 ha.junh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