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허용 시기 임신 10주 이내로 해야"…대한산부인과학회 낙태법 개정 반박

중앙일보

입력 2020.10.1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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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낙태법 개정 관련 산부인과 단체 기자회견'에서 이필량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이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사진의 모형은 자궁 내 태아의 10주(오른쪽부터), 12주, 14주, 16주의 모습. 연합뉴스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정부의 낙태 관련 법 개정안에 산부인과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낙태 허용 시기는 임신 10주 미만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19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형법·모자보건법 입법예고안에 있는 허용 임신 주수가 산부인과 입장을 반영하지 않았음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7일 형법상 낙태죄를 유지하되 임신 초기인 14주까지 임신중단(낙태)을 허용하는 법률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필량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은 기자회견에서 “태아는 임신 10주까지 대부분 장기와 뼈를 형성하고 낙태는 태아가 성장할수록 과다출혈, 자궁 손상 등 합병증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며 “사유의 제한 없는 낙태는 임신 10주 미만으로 해야 안전하다”고 밝혔다. 
 
이어 “임신 10주부터는 태아 DNA 선별검사 등 각종 태아 검사가 가능해 만약 임신 14주 이내 제한 없이 낙태를 허용한다면 원치 않는 성별 등의 사유로 아이가 낙태 되는 위험을 막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현행·개정 낙태 허용 요건. 연합뉴스

학회는 태아의 생존 가능성이 있는 임신 24주 이내 낙태 허용도 반대했다. 정부 입법예고 안에는 임신 중기인 15주~24주 이내에 성범죄로 인한 임신이나 사회적ㆍ경제적 사유 등이 있을 때는 상담 및 24시간의 숙려기간만 거치면 낙태를 허용하도록 돼 있다. 
 
이 이사장은 “모자보건법상 인공임신 중절시술 허용 주수가 2009년 임신 28주에서 24주일 이내로 낮춰 개정된 후 비약적인 의학 발전으로 국내에서도 임신 21주에 태어난 이른둥이의 생존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며 “낙태 허용 주수를 24주 이내로 하는 것은 충분히 살 수 있는 아기가 낙태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약물 낙태에 대한 조언도 담았다. 정부의 입법안은 약물 낙태를 포함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무자격자에 의한 불법적인 낙태약 유통이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다”며 “약물을 도입하려면 안전한 사용과 여성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의약분업 예외 약품'으로 지정해 산부인과 병·의원에서 정확한 임신진단과 함께 안전하게 투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8년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낙태 경험자 중 9.8%가 약물을 이용해 임신중절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구매 방법은 지인이나 구매 대행을 통한 경우가 22.6%, 온라인을 통해 구매한 경우가 15.3%로 무자격자에 의한 불법적인 낙태약 유통이 심각한 상황이다. 
 
또한 약물 사용자 가운데 72%는 약물로 인공임신중절이 되지 않아 의료기관에서 추가로 수술을 했다고 답해 불법으로 유동되고 있는 낙태약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 이사장은 “정부가 모자보건법 개정안에 의사의 낙태 거부권을 포함한 것은 환영한다”며 “낙태에 대한 의학적이지 않은 주장은 여성의 권리를 위한 것이 아니며 여성들을 위험하게 할 뿐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낙태법 개정과 함께 합법 낙태는 여성의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시행해야 하며 이를 위해 산부인과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