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피해자들 하소연을 듣다
①권혁관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아들 장가보낼 돈도 거기에”
증권사 PB가 국공채에 투자하는
안전한 펀드라고 권유해 돈 넣어
“NH투자증권이 왜 그렇게 열심히
판매했는지 검찰이 꼭 확인해야”
그는 지난 14일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가 “똑같은 상품인데도 어느 증권사를 선택했었느냐에 따라 (문제 해결이) 다르다. 한국투자증권에선 조건 없이 우선 배상을 했는데 NH에선 여러 가지 조건이 달린 긴급 대출을 하라고 한다. 이걸 제때 갚지 못하면 지연이자를 내야 하고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 결정을 받지 못하면 소송을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씨는 “다른 증권사들은 옵티머스 펀드 판매를 거절하거나 하다가도 중단했는데 유독 NH만 이상하게 열심히 했다. ‘보이지 않는 손’이 NH 측에 작용한 것 아닌가 싶다. 검찰이 이 부분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②1인 시위 벌이는 70대 여성 유모씨
“세상 뜨며 돈 남겨준 남편에 미안”
“지난해 6월에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났다. 국영기업에 다닌 사람인데 평생 외식을 모르고 살았다. 한우를 사 먹은 적이 없다. 남편 증권계좌에 5억원이 넘는 돈이 있었다. 내가 그 돈을 갖고 있던 차에 PB가 펀드를 권했다. 국공채에 투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 말이 맞는다면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돈을 잃을 일이 없는 것이었다. 5억원을 거기에 넣었다. 6월 18일이 만기였는데 바로 전날 NH에서 전화가 왔다. 옵티머스에서 환매가 중단돼 돈을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바로 지점으로 달려갔다.”
유씨는 “평생을 악착같이 산 남편한테 미안해서 도저히 집에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고 1인 시위에 나선 까닭을 말했다. 딸과 둘째 아들에게는 옵티머스 펀드 피해를 이야기했지만 큰아들한테는 아직 말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NH투자증권) 본사 주차장 입구에서 주로 시위를 했다. 거기 높은 사람들이 부끄러운 줄 알라는 뜻이다”고 말했다.
③온라인 모임 주도하는 ‘마법사’
“아내에 말 못하고 넉 달째 끙끙”
그는 “수년 전에 파생상품에 투자해 수억원의 손해를 본 적이 있다. 다시는 위험성이 있는 투자는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NH투자증권 PB가 공기업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라고 했다. 그렇다면 크게 수익은 안 나지만 원금을 까먹을 일은 없는 것이었다. 공기업 매출채권이 그렇게 많이 나올까 하는 생각이 들어 PB에게 물어보니 내부에서 확인 작업을 했다고 했다. 지금 보니 그 확인 작업이라는 게 옵티머스 측의 허위 문서를 받아 그대로 인정했던 것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NH투자증권은 자기들도 피해자라고 한다. 누가 이런 거대한 금융사기의 공범인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온 집안이 민주당 지지였다. 부친은 실제로 정치 쪽 일을 하기도 했다. 나 역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을 열심히 응원해왔다. 그런데 요즘 생각이 달라졌다. 정권이 라임·옵티머스 사건을 축소해 덮으려 한다는 생각이 든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연루돼 있던 것으로 드러났는데도 그렇다. 이건 정의가 아니다.”
④부산에서 수시로 상경하는 하모씨
“부모 쓰러질까 걱정, 공황장애도”
그는 부모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하다가 최근에야 사실대로 말했다고 한다. “충격받고 쓰러지실 것 같아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속으로만 끙끙 앓다가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약을 계속 먹었다. 피해자 모임에 가면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위안을 받을 수 있어 열심히 상경했다.”
그는 “펀드 피해자들이 제일 억울해하는 것은 마치 큰돈 노리고 투기한 것처럼 비치는 점이다. 대개 금리가 약간 높은 6개월, 9개월짜리 정기예금으로 여기고 가입했다. 안 그랬으면 퇴직금, 노후 자금, 전세 보증금 등을 넣었겠나. 개인 피해자의 80% 이상이 60세 이상이다. 피해자들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⑤회삿돈 넣은 기업 재무팀장 이모씨
“회사서 얼굴 못 들고 다닌다”
그는 “기업이 왜 이런 금융상품에 돈을 넣었느냐는 비판적 시선이 있는 것을 안다. 기업에 자금 여유가 있어 사업 확장을 하려 해도 당장 되는 것은 아니다. 대개의 기업이 그래서 안전하고 현금화 하기 쉬운 곳을 찾아 투자한다. 옵티머스 건은 명백한 사기다. 이 일을 같이 꾸민 사람들을 찾아내 처벌해야 한다. 피해자들을 곱지 않게 보는 시각이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한다.”
이상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