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브레이크 없는 국회 본회의 현장에서 한 사람의 연설이 화제가 됐습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임대차 3법을 조목조목 비판한 5분 연설입니다. 윤 의원의 연설이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내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극단적일 정도로 선동적이었다”며 혹평했습니다.
하지만 극단적이고 선동적이라는 윤 의원의 5분 연설은 지금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네, 그가 맞았습니다. 전세대란에 경제 수장인 홍남기 부총리조차 전세 난민이 되어 대중의 조롱을 받는, 그야말로 지금까지 경험한 적 없는 나라가 되고 말았습니다. 임대차법의 후폭풍을 누구보다 예리하게 지적했던 윤 의원의 연설 원문을 다시 살펴보고자 합니다.
"임차인이지만 기쁘지 않다"
저는 임차인입니다. 지난 5월 이사했는데, 이사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집주인이 2년 있다 나가라고 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을 달고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표결된 법안을 보면서 제가 기분이 좋았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윤 의원은 임차인이면서, 임대인입니다. 자기 집(서울 성북구)을 전세 놓고, 본인은 다른 집(서울 서초구)에서 전세 사는 흔히 있는 주거 형태입니다. 하지만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 두 달여, 법은 흔한 임대차 시장을 전쟁터로 만들었습니다. 임차인이자 임대인인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대표적인 사례로 떠올랐습니다. 임차인인 홍 부총리는 서울 마포 전셋집에서 최근 집주인이 들어와 살겠다며 퇴거 요청을 받았고, 아직 새 전셋집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마포구 일대의 전셋값은 억대로 치솟은 상황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임대인이기도 한 홍 부총리는 소유하고 있는 경기 의왕시 아파트 매매가 불발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기 때문입니다. 의왕 아파트에서 실거주하기 위해 샀던 계약자는 전입을 못 하니 주택담보대출이 막히고 잔금을 치를 수 없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정부 정책에 발목 잡힌 홍 부총리는 정부가 잡겠다는 나쁜 투기꾼인 걸까요.
“더 이상 전세는 없겠구나”
저에게 든 생각은 4년 있다가 꼼짝없이 월세로 들어가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전세는 없겠구나. 그게 제 개인의 고민입니다. 임대시장은 매우 복잡해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상생하면서 유지될 수밖에 없습니다. 임차인을 편들려고 임대인을 불리하게 하면 임대인으로서는 가격을 올리거나 시장을 나가거나입니다.
“전세대란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제가 임차인을 보호하는 것을 반대하느냐. 절대 찬성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정부가 부담을 해야 합니다. 임대인에게 집을 세 놓는 것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순간, 시장은 붕괴하게 돼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전세제도는, 여러분들이 모두 다 아시겠지만, 전 세계에 없는 특이한 제도입니다. 고성장 시대에 금리를 이용해서 임대인은 목돈 활용과 이자를 활용했고, 그리고 임차인은 저축과 내 집 마련으로 활용했습니다. 그 균형이 지금까지 오고 있지만 저금리 시대가 된 이상 전세제도는 소멸의 길로 이미 들어섰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전세를 선호합니다.
우리나라의 전세제도는, 여러분들이 모두 다 아시겠지만, 전 세계에 없는 특이한 제도입니다. 고성장 시대에 금리를 이용해서 임대인은 목돈 활용과 이자를 활용했고, 그리고 임차인은 저축과 내 집 마련으로 활용했습니다. 그 균형이 지금까지 오고 있지만 저금리 시대가 된 이상 전세제도는 소멸의 길로 이미 들어섰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전세를 선호합니다.
“전세계약 1년 늘리는데 임대료 30% 올라”
제가 여기서 말씀드리려고 하는 것은, 이 문제가 나타났을 때 정말 불가항력이었다고 말씀하실 수 있습니까.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씀하실 수 있습니까.
30년 전에 임대 계약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을 때, 단 1년 늘렸는데, 그 전해부터, 89년 말부터 임대료가 오르기 시작해서 전년대비 30% 올랐습니다. 1990년은 전년대비 25% 올랐습니다. 이렇게 혼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5%로 묶었으니 괜찮을 것이다? 지금 이자율이 2%도 안 됩니다. 제가 임대인이라도 세 놓지 않고 아들, 딸한테 들어와 살라고 할 것입니다. 조카한테 들어와서 살라고, 관리비만 내고 살라고 할 겁니다.
30년 전에 임대 계약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을 때, 단 1년 늘렸는데, 그 전해부터, 89년 말부터 임대료가 오르기 시작해서 전년대비 30% 올랐습니다. 1990년은 전년대비 25% 올랐습니다. 이렇게 혼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5%로 묶었으니 괜찮을 것이다? 지금 이자율이 2%도 안 됩니다. 제가 임대인이라도 세 놓지 않고 아들, 딸한테 들어와 살라고 할 것입니다. 조카한테 들어와서 살라고, 관리비만 내고 살라고 할 겁니다.
▶전세 난민이 된 홍 부총리는 최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 장관회의에서 “기존 임차인은 주거안정 효과가 나타났다”고 자화자찬했습니다. 하지만 기존 임차인의 주거안정 효과는 딱 재계약 기간까지입니다. 임대차법이 부추긴 전셋값 폭등은 그나마 안정적이던 재건축 아파트 임대차 시장까지도 흔들어 놨습니다. 오래된 아파트인 탓에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싸고 잘 오르지 않는 재건축 단지의 임대료도 유례없이 오르고 있습니다. 3710가구 규모의 서울 마포구 성산시영아파트의 전셋값은 수년째 2억대에 머물러 있었지만, 임대차법 시행 이후 4억원의 전세 매물(전용 59㎡)이 나와 있습니다.
“1000만의 삶 좌지우지하는데 심의도 안해”
불가항력이고,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백번 양보해서 그렇다고 칩시다. 그렇다면, 이렇게 우리나라 1000만 인구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법을 만들 때는 최대한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무엇인지 점검해야 합니다. 그러라고 상임위원회의 축조심의 과정이 있는 것입니다.
이 축조심의과정이 있었다면, 우리는 무엇을 점검했을까요. 저라면, 임대인에게 어떤 인센티브를 줘서 두려워하지 않게 할 것인가, 임대 소득만으로 살아가는 고령 임대인에게는 어떻게 배려할 것인가, 그리고 수십억짜리 전세 사는 부자 임차인도 이렇게 같은 방식으로 보호할 것인가. 이런 점 등을 점검했을 것입니다.
이 축조심의과정이 있었다면, 우리는 무엇을 점검했을까요. 저라면, 임대인에게 어떤 인센티브를 줘서 두려워하지 않게 할 것인가, 임대 소득만으로 살아가는 고령 임대인에게는 어떻게 배려할 것인가, 그리고 수십억짜리 전세 사는 부자 임차인도 이렇게 같은 방식으로 보호할 것인가. 이런 점 등을 점검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임대차보호법은 법사위에 법안이 상정되고, 심사ㆍ의결하는 데까지 단 2시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법사위 전체 회의 상정에서 본회의 통과까지 걸린 시간은 28시간이었습니다. 국회법을 보면 법안 상정과 같은 의사일정은 원내교섭단체 간사 간의 협의를 통해 정해지고, 법안이 상정된 뒤에는 제안설명ㆍ전문위원 검토보고ㆍ대체토론ㆍ소위원회 심사ㆍ축조심사ㆍ찬반 토론ㆍ표결 등의 절차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모두 생략됐습니다. 민주당은 기립표결로 법안을 상정ㆍ통과시켰습니다.
▶법은 속전속결로 시행됐고 그 바람에 국민은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 긴 줄을 서게 됐습니다. 최근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한 아파트 복도에 전셋집을 보려고 10여명이 줄 선 사진이 화제가 됐습니다. 전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습니다. 결국 이 집의 전세 계약자는 제비뽑기로 정해졌습니다. 이 황당한 줄서기와 제비뽑기에 분노한 민심은 사진 속 줄을 선 사람에 홍 부총리의 얼굴을 합성해 올리며 조롱거리로 삼기도 했습니다.
“배짱과 오만…민생 역사에 오랫동안 기억될 것”
도대체 무슨 배짱과 오만으로 이런 것을 점검하지 않고 이걸 법으로 달랑 만듭니까.
이 법을 만드신 분들, 그리고 민주당, 이 축조심의 없이 이 프로세스를 가져간 민주당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전세 역사와 부동산 정책의 역사와 민생 역사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법을 만드신 분들, 그리고 민주당, 이 축조심의 없이 이 프로세스를 가져간 민주당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전세 역사와 부동산 정책의 역사와 민생 역사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