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는 해군사관학교 못간다? 전두환때 만든 법이 아직도?

중앙일보

입력 2020.10.15 14:18

수정 2020.10.15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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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시 해군사관학교 연병장에서 열린 제128기 학사사관 해군·해병대 소위 임관식. 연합뉴스

 
머리털이 많이 빠지거나 여드름이 난 경우 해군사관학교 신체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을 수 있다.
  
15일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학년도 제89기 해군사관생도 모집 요강 신체검진 항목 중 ‘탈모증’이 불합격 기준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주요 불합격 기준에는 아토피성 피부염·여드름·백반증·백색증·문신·자해 흔적 등이 있었다.
 
해사 입시 신체검사 전형은 ‘해군 건강관리규정’을 기준으로 한다. 이 규정에 따르면 탈모 범위가 20% 이상~30% 미만이면 3급을, 30% 이상~50% 미만인 경우 4급, 50% 이상으로 2회 이상 재발하거나 범발성 탈모증 진단을 받은 경우 5급을 부여한다.
 
이 규정이 의거한 ‘군인사법 시행규칙’도 탈모증을 심신 장애로 분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범발성 탈모증은 7급, 탈모 범위가 50% 이상으로 최근 1년 이내 6개월 이상의 치료에도 불구하고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악화한 경우에는 9급 판정을 받게 된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탈모증은 미용상의 문제가 대부분으로 업무수행 지장 및 전염성이 있지 않은 질환이다. 이 같은 질환으로 불합격 처리되면 수험생에게 불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7년 “탈모로 인한 대머리의 경우 개인의 선택으로 좌우할 수 없는 자연적인 현상에 해당하는 신체적 조건”이라며 대머리라는 이유로 채용을 거부하는 건 인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박 의원은 “군인사법에 시대착오적 장애사유가 수두룩하다”며 “더 이상 시대착오적인 낡은 규정으로 피해 보는 군 장병들이 없도록 군인사법 시행규칙의 대대적인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1982년 전두환 정권하에서 제정된 군인사법 시행규칙은 지금까지 50차례 이상의 부분 개정을 거쳤다.
 
이 같은 지적에 해군은 같은 날 “해군건강관리규정에 따르면, 불합격의 기준은 ‘남성형 탈모’가 아니고 각종 질환에 의한 ‘탈모증’을 의미한다”고 해명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