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그의 눈물에 진정성이 있느냐이다. 북한 주민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는 이유는 바로 김정은 체제 때문이다. 김정은은 자신과 측근들이 권력을 독점한 채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강압 통치를 하고 있다. 주민들에겐 최소한의 자유나 권리조차 인정하지 않는다. 주민들이 자기 생각을 이야기했다간 보안요원들에게 적발돼 강제수용소에 끌려갈 수 있다. 주민들은 김정은 체제 유지를 위한 수단이자 착취의 대상일 뿐이다.
김정은 독재가 주민에 고통 초래
그의 열병식 눈물엔 진정성 없어
섣부른 감상보다 북 위협 직시해야
대런 애쓰모글루 MIT 경제학과 교수와 제임스 로빈슨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대표적인 실패 국가로 북한을 지목했다. 북한은 1945년 8월 15일 일제에서 벗어났을 때만 해도 남한과 비슷한 조건이었다. 북한이 남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한 나라가 된 건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75년간 권력 유지에만 집착한 채 주민 삶을 개선하는 데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 왕조는 주민들의 삶이 나아지면 정권에 위협이 될까 봐 탄압과 감시를 이어왔다.
두 교수는 권력을 독점하는 착취적 정치가 부를 독차지하는 착취적 경제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착취적 정치를 강화하는 악순환을 낳는다고 지적한다. 또 전 세계에서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가 갈린 근본 이유는 정치 체제가 포용적이냐 착취적이냐에 달렸다고 강조한다. 유럽·북미·일본 등 부유한 나라는 포용적 정치체제를, 아프리카·남미·중앙아시아 등 가난한 나라는 착취적 정치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남북한의 경제 격차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김정은의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보낸다”는 발언도 진심이 담겼다고 보기 어렵다. 북한군은 지난달 21일 서해에서 표류하던 한국의 해양수산부 공무원을 피살하고 시신을 불태운 만행을 저질렀다. 김정은이 남녘 동포들의 마음에 공감한다면 진상을 밝히고 사살 지시를 한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말로는 사랑한다면서 한국민이 분노하는 만행에 대해선 어떤 책임 있는 조치도 내놓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우리 국민이 피살된 사건에 대해 북한에 제대로 된 조치를 요구하지 않은 채 남북 관계 개선에 목을 매고 있다. 청와대는 김정은의 대남 유화 메시지에 “환경이 조성되는 대로 남북 관계를 복원하자는 북한 입장에 주목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진전과 관계없이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위협에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하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북극성 4A형, 6연장 초대형 방사포, 북한판 이스칸데르 및 에이태킴스 미사일 등을 선보였다. 한반도 어느 곳이든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는 국토 수호와 국민 생명 보호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포함한 각종 무기로 한국의 생존을 위협하는데 대화에만 매달리는 건 현실을 외면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말보다 북한의 무력을 직시하고 대응해야 한다.
정재홍 국제외교안보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