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울산소방본부는 신고 5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당시 울산에는 강풍주의보가 내려져, 불길은 강한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아파트 33층까지 번지면서 건물 전체가 화염에 휩싸였다. 하지만 아수라장 같은 현장에서도 주민들과 소방대원들은 서로를 도와가며 어둠을 뚫고 화재 현장을 탈출했다. 화재를 빨리 눈치챈 주민들은 탈출 과정에 이웃집 문과 벨을 두드리며 화재 사실을 알렸고, 소방대원들은 아직 집에서 탈출하지 못한 세대를 직접 찾아다니며 불길 속에서 자신의 목숨을 걸고 인명구조를 했다.
탈출한 주민들의 입에서 “하늘이 도왔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급박한 상황에서도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이 빚은 ‘기적 같은 생존’이었다. 그 결과 사망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고, 병원에 이송된 93명도 대부분 연기 흡입과 가벼운 찰과상 등으로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
전국에 있는 30층 이상 고층 건물은 4692개에 달한다. 이 중 3885개가 인구가 밀집한 아파트다. 이처럼 고층 아파트가 늘면서 화재 진압에 고가사다리차 필요성이 늘어나고 있지만 각 시·도 소방본부별로 확보한 예산 상황에 따라 아직 고가사다리차 배치가 안 된 곳도 많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번 화재 후 고가사다리차 문제를 언급했지만 이는 시급을 다투는 일이다. 이번 화재에서 드러난 문제를 종합적으로 점검해 하루빨리 고층건축물에 대한 화재 대응을 더 강화해야 한다. 기적은 가만히 있는다고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위성욱 부산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