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것도 한계 있다" 이낙연, 야당에 공수처 최후통첩

중앙일보

입력 2020.10.14 17:33

수정 2020.10.14 17:41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더불어민주당 이낙연대표가 14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 마련된 공수처 입주 청사를 방문해 공수처법 개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진기자협회

 

“(시한이) 열흘 남짓 남아있지만 저희들이 기다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여기 와서 다시금 절감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입주 예정 건물인 정부과천청사 5동을 방문해 한 말이다. 이 대표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의 위원 추천 자체가 안 되고 있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석 달째 계속되고 있다”며 “이것은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 되는 매우 불행한 사태”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공수처법 강행 처리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 대표는 “저희 당이 야당에 26일까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제안해 달라고 통보했다”며 “그런 볼썽사나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야당이 하루라도 빨리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야당의 추천 절차를 건너뛰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공수처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할 수 있다는, 사실상의 ‘최후통첩’이다.
 
이날 민주당 지도부의 공수처 청사 방문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함께 했다. 공수처 입주 청사와 법무부는 직선거리로 280m 떨어져 있다. 추 장관은 이 대표에게 “7월 15일에 출범했어야 했는데, 석 달이 그냥 흘렀으니 서둘러주시면 감사하겠다”며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추 장관은 행사 직후 자신의 SNS에다 “공수처 완성이 검찰개혁의 완성이다. 국회에서 논의해온 지 어언 24년, 국민이 염원하는 공수처가 하루빨리 완성되어야 할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수사기구의 전범이 되게 해달라는 인권변호사 출신 문재인 대통령의 의견을 따라 공수처는 수사과정과 절차, 수사방법이 다른 수사기관의 모범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낙연, 추석 후 5차례 ‘출범 강행’ 시사

 
이 대표는 지난달 중반까지만 해도 공수처법 개정보다는 ‘현행법에 따른 출범’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지난달 7일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법에 따라 공수처가 설치되고 가동되기를 바란다”며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어(語) ‘우분투(Ubuntu)’를 언급했다. 
 
연설 직후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공수처 출범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던 ‘특별감찰관 후보,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의 동시 추진’도 수용했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때만 해도 여야 합의 출범이 1순위 선택지였다.
 
하지만 추석 연휴를 지나면서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 이 대표는 연휴 직후 처음 열린 지난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수처 설치를 늦출 수 없는 시기가 다가온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제까지 야당이 추천절차에 응하기를 기다려왔다. 그러나 이제 그 기다림도 한계에 이르고 있다”(7일), “공수처 설치 처리 등 개혁 입법은 늦지 않게 마무리할 것”(12일) 등 발언 수위가 점점 높아졌다.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과 연석회의(8일)와 이날 공수처 청사 방문까지 합하면, 열흘 동안 모두 다섯 차례 ‘공수처 출범’을 입에 올렸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두 번째)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민주당 관계자들은 “강행 처리가 임박했다”고 입을 모은다. 민주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야당이 협조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시간표를 짰고, 11월 정기국회 처리를 위해 역산했을 때 26일부터 곧장 절차에 돌입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앞서 민주당 소속 윤호중 법사위원장 역시 언론 인터뷰에서 “공수처 출범이 두 달 넘게 지연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계속 협조하지 않는다면 의사일정으로 합의된 10월 26일까지 반드시 개정안을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는 공수처 청사를 둘러본 뒤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법 시행일부터) 석 달 동안 기다렸고, 거기에 얹어서 열흘 정도 더 기다리겠다고 내놓은 시한이 26일”이라며 “더 기다리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수처 설치가) 야당을 위해서나 검찰을 위해서나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후통첩은 날렸지만, 여전히 문은 닫지 않았다는 뉘앙스였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