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도 정의선 시대에 주목…‘동일인’ 지정은 내년 5월

중앙일보

입력 2020.10.1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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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4일 회장으로 선임되며 현대차그룹의 3세 경영 체제가 본격화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뉴스1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4일 신임 회장으로 선임되면서 정부도 현대차그룹이 계열사의 순환출자 구조 해소 등 해묵은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관련 절차에 따라 내년 5월 정 신임 회장을 현대차그룹의 총수로 지정할 가능성이 크다.
 
 정 회장이 새 회장으로 선임됐지만,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상 ‘동일인’ 지정 절차는 남아있다. 아직 현대차그룹의 동일인은 이날 명예회장에 오른 정몽구 전 회장으로 돼 있다. 동일인은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권을 가진 총수를 지칭하는 말이다.
 
 동일인이 바뀌면 기업이 법적으로 책임져야 할 범위도 달라진다. 현대차그룹처럼 아버지에서 아들로 총수직이 승계되면 아들을 기준으로 배우자와 6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의 계열사 지분 보유 현황을 따져 기업집단의 범위를 새로 획정한다. 공정위의 지배구조 감독 구역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정 신임 회장은 현재 현대차 지분 2.62%, 기아차 1.74%, 현대모비스 0.32% 등을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이 지분을 더 늘리거나 실질적 지배권을 행사하면 공정위도 그를 동일인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크다. 통상 공정위는 기업이 지정을 요청한 동일인에 별다른 결격사유가 없으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예외적인 상황도 있다. 네이버의 동일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네이버를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공정위는 이 GIO가 네이버를 사실상 지배한다고 보고 그의 동일인 지위를 유지했다. 반대로 2018년 삼성은 동일인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공정위는 “동일인을 이재용 부회장으로 지정해야 계열사 범위를 제대로 포괄할 수 있다”고 판단해 동일인을 이 부회장으로 바꿨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신임 회장이 14일 오전 전세계 임직원에게 보낸 영상 취임 메시지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공정위는 매년 기업 결산이 마무리되는 3월쯤 기업집단 지정 작업에 들어가 5월 1일 공시 대상 기업집단(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을 발표한다. 이때 새로 바뀐 동일인도 함께 공고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대차에서 동일인을 변경하겠다고 요청하면 검토를 거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 입장에선 여전히 끊어내지 못한 현대차의 순환출자 고리를 현대차의 과제로 여기고 있다. 대기업의 신규 순환출자는 금지하고, 기존 순환출자는 공시를 통해 점차 해소시켜 나간다는 게 공정위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의 계열사가 4가지 고리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태다. 국회에 올라 있는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에서도 공정위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자산 총액 10조원 이상)에 지정되는 기업의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겠다”며 압박을 예고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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