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연설을 통해 새로운 ‘핵 독트린(원칙)’을 선언한 것”이라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주장했다.
태 의원은 이날 오전 화상으로 진행된 주유엔대표부 국정감사에서 지난주 북한의 노동당 당 창건일 75주년 열병식에서 한 김 위원장의 연설을 분석하며 이같이 지적했다.
14일 주유엔대표부 국정감사에서 주장
신형 ICBM 공개 따른 추가 제재 가능성 묻자
조현 대사, "안보리 회원국도 각자 생각 달라"
앞서 김 위원장은 10일 연설에서 “우리 전쟁 억제력이 결코 람용(남용)되거나 절대로 선제적으로 쓰이지는 않겠지만,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면 나는 가장 강력한 공격적 힘을 선제적으로 동원해 응징하겠다”고 밝혔다.
핵보유국들의 핵사용 원칙은 크게 핵보유국에 대한 선제 사용 여부와 비핵국가들에 대해 핵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소극적 안전 보장’으로 나뉜다. 핵보유국인 P5 국가(미ㆍ러ㆍ영ㆍ프ㆍ중) 가운데 프랑스가 가장 공격적인 독트린을 채택하고 있다고 한다.
태 의원은 이와 관련 “북한의 핵 독트린이 프랑스식보다 더욱 공격적으로 바뀐 것”이라며 “'핵보유국이 비핵국가를 상대로 핵을 (선제적으로) 쓰겠다는 것은 국제법과 NPT(핵확산 방지 조약)에 대한 난폭한 위반'이라는 북한 규탄 성명이라도 유엔에서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 의원의 주장에 조현 유엔대사는 “중요한 지적을 해주셨다”면서도 “다만 우리 정부와 미국 등 여러 나라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답했다.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를 근거로 “그간 북한의 기조에서 달라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반면 태 의원은 뒷 문장이 핵심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열병식에서 김 위원장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선보인 것과 관련해 “유엔 안보리를 조롱한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조 대사는 이에 대응한 추가 제재와 관련, “유엔 안보리 제재 문제는 우리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고, 안보리 회원국들도 (각자)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북한의 새로운 전략 무기 공개에 국제사회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안보리 결의안을 준수하고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라”며 규탄 성명을 냈다.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실도 미국의 소리(VOA)에 “북한이 안보리 결의안의 의무를 완전히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