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코로나19 환자 53명이 발생한 부산 북구 해뜨락요양병원 앞에서 만난 보호자 김정인(62)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김씨의 어머니는 7년 전 치매로 이 병원에 입원했다. 김씨는 “확진 판정을 받은 간호조무사가 근무한 2층에 어머니가 입원해 있는 데다가 8인실이라 환자들끼리 다닥다닥 붙어 있다”며 “어머니도 확진 판정을 받을까봐 걱정스러운데 병원에서 아무 연락이 없다”고 말했다.
14일 코로나19 확진자 53명 나온 부산 해뜨락 요양병원
병원 앞에 몰려든 보호자들 “병원서 연락조차 없어” 분통
병원 1층 환자 전원 음성…2~3층 환자 무더기 감염
보호자 정봉규(62)씨는 병원의 관리가 허술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정씨의 아버지는 2년 전 이 병원에 입원했다. 정씨는“보호자들은 면회도 안 시켜주면서 직원이 코로나19 걸려서 환자에게 전파했다는 게 말이 되냐”며 “직원들이 출근할 때마다 열 체크를 한다는데 확진된 간호조무사 발열 증세 이후에도 왜 계속 출근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 병원 1층 병원 수간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환자의 감염 경로를 물었지만, 수간호사는 “모른다”는 답변을 되풀이할 뿐이었다. 1층에 입원한 환자는 전원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13일 확진 판정을 받은 간호조무사가 근무한 2층 환자들이 무더기로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 정씨는 “아버지는 1층에 계셔서인지 병원에서 코로나 환자가 무더기로 나온 걸 아직 모르고 계신다”며 “병원에서 어제부터 ‘마스크를 쓰라고 했다’고 아버님이 말씀하시던데 이전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이날 병원 주위에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보호자들과 취재진이 몰려 북적거렸다.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된 가운데 창문 틈 사이로는 이 병원 가정의학과 의사가 진료실에서 방진복을 입은 채 컴퓨터 문서작업을 하는 모습이 비쳤다. 병원 지하 1층 식당에선 식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병원 내부 상황을 묻자 의사는 “확진 환자 이송 준비작업이 한창이다”며 “향후 대책 등은 병원 행정실에서 정리해 일괄적으로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