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을 일으키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보균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사실이 드러났다. 국내 첫 사례다. 다행히 이 환자는 코로나19를 이겨 내고 격리해제 됐다.
지난 3월 런던서 온 20대 남성
A씨는 입국 일주일 전부터 가벼운 기침, 근육통 등의 증상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다 3월 26일부터는 미각·후각을 잃었다. 코로나19가 의심됐다. 하지만 A씨는 영국에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을 수 없게 되자 한국 행을 결정했다. 한국 인천공항에서는 해외입국 발(發) 감염을 차단하려 무증상자도 예외 없이 선별 진료소를 거치게 했을 때다.
입원 이틀뒤 CT에서 폐렴 관찰
입원 첫날 흉부 X-레이 검사에서 별다른 이상 소견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CT 촬영에서 폐렴이 관찰됐다.
A씨는 HIV 보균자다. AIDS 환자와는 다르다. HIV로 인해 몸 안의 면역체계가 무너져 내렸을 때 AIDS 환자가 된다. A씨는 7년 동안 HIV 치료제(젠보야)를 복용했다. 코로나19 치료 중에도 젠보야를 중단하지 않았다. 의료진은 또 A씨에게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하루 두 차례 200mg씩 투여했다. 코로나19 치료에 쓰인 후보 약제 중 하나다.
타 지병처럼 HIV에 대한 악화우려
하지만 이미 스페인 연구에서 A씨 같은 ‘HIV보균자+코로나19환자’가 생존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A씨는 의료진의 도움으로 마른 기침과 미각·후각 상실 외 별다른 심각한 증상을 보이지는 않았다. 폐렴도 경증 상태였다. 다만 미각 상실은 2주간 이어졌다. 후각 상실은 퇴원 전까지 그를 괴롭혔다. 결국 A씨는 의료진 등의 도움으로 입원 31일 만에 격리 해제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5일 대한의학회지(JKMS)에 발표됐다.
"적절한 치료로 HIV 억제 가능"
질병청의 ‘2019 HIV·AIDS 신고현황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신고된 국내 HIV보균자·AIDS 환자는 모두 1222명이다. 2018년과 비교해 16명(1.3%) 늘었다. 남성이 1111명으로 90.9%를 차지했다. 여성은 111명(8.9%)으로 집계됐다.
세종=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