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완도 전복 양식업자와 유통상인들은 올해 추석을 앞두고 6미짜리 ‘대복’이 1㎏당 7만원 정도에 팔릴 것으로 내다봤다. 길이 12㎝, 165g 수준인 6미짜리 전복은 중대복에 비해 가격은 높지만, 씨알이 굵어 명절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은 품목이다. 최씨 또한 명절마다 10t가량의 상품 중 70~80%를 6~10미의 ‘대복’으로 구성해 대목 수익을 올려왔다.
태풍 바비·마이삭 지난후 대량 폐사
웃돈 주고도 못 구해 추석 특수 날려
코로나에 택배주문 늘어난 영향도
최씨는 “대부분 11~15미(약 7~9㎝) 중대복들을 추석 전보다 가격이 약간 오른 4만3000원대에 팔긴 했지만, 단가가 높은 대복은 아예 팔지를 못하는 바람에 추석 대목 특수를 날렸다”고 했다.
양식업자들은 올해 완도 대복이 품귀현상을 빚은 가장 큰 원인으로 연거푸 들이닥친 태풍을 꼽았다. 전복 양식장마다 명절이 다가오기 전부터 대복으로 내다 팔 전복을 선별해 양식장에서 키우는데 올 추석을 앞두고는 30% 이상 폐사했다. 이 때문에 완도 양식업자들은 기존에 많이 팔았던 대복 대신 11~15미의 중대복들로 판매량의 70~80%를 채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택배 주문이 크게 늘어난 것도 품귀 현상에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완도지역 농수특산물을 택배로 판매하는 쇼핑몰인 ‘완도군 이숍’을 통해 올해 추석 때 들어온 전복 주문은 1824건이다. 지난해 추석 때(892건)보다 61%가 늘어난 양이다. 완도군은 우체국 택배를 이용한 전복 발송 건수도 지난해 추석보다 약 6만 건 증가한 18만1000여 건에 이른 것으로 집계했다.
올해 완도산 전복은 지난 8월 5일부터 8일까지 이어진 집중호우 여파로 한우의 대체 선물로도 주목받았다. 전남 구례지역에서만 한우 700여 마리가 물에 빠져 폐사하는 등 소고기 가격이 올라서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1등급 한우 등심 소비자가격은 지난달 7일 1㎏당 9만9845원이었지만, 추석을 앞둔 같은 달 25일에는 1㎏당 10만4894원까지 뛰었다.
완도군 관계자는 “이번 전복 품절 현상은 태풍 후 폐사가 잇따른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고 추석 때 가족·지인과의 만남을 줄이는 대신 택배로 선물을 보내는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