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결과 코로나19로 인한 대규모 사망이 불안과 우울감을 높여 정신건강마저 2차 대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미 의학협회보 JAMA 10월호에 실렸다.
연구진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6월 이후 541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41%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정신건강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조사 결과의 3배다. 이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이런 증상이 더 심해졌고, 치료를 위해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11%는 극단적 선택 충동도 느꼈다고 말했다.
우울증의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19 사망자 수였다. 미국의 코로나19 누적사망자 수는 21만 명으로, 베트남 전쟁에 참전해 숨진 미국인 수의 4배에 달한다. 연구진은 “단기간에 걸쳐 엄청난 규모의 죽음이 비극으로 다가오면서 모두가 정서적 혼란을 겪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장기 우울증이었다. 이는 우울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돼 대인관계 회피, 무기력증으로 이어진 상태를 말하는 데, 최악의 경우 극단적 선택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특히 코로나19로 가족을 잃은 유족과 의료종사자들의 정신 건강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현재까지 미국에서 코로나19로 가족을 잃은 유족 200만 명 가운데 10%가 장기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우울증 치료를 위해 사용하는 항우울 약물 사용도 증가했다. 연구진은 약물 사용을 늘릴 경우 난치성 우울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의사와 간호사, 간병인 등 의료종사자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환자를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감염에 대한 우려가 불안을 증폭했다. 실제 간병인 67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26%가 전염병 이전보다 스트레스를 느끼고 신체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고 답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와 함께 확산하는 정신건강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광범위한 사전 검사, 정신과 전문 의료진 확충, 코로나19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환자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경우를 대비해 임종 관리 시스템 도입 등을 통해 주변 사람들의 충격을 완화하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