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의 밴플리트상 수상 소감을 두고 중국발 논란이 커지면서 주요 외신들도 주목하고 나섰다. 특히 일부 중국 네티즌들의 “국가 존엄을 건드렸다”는 주장에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국내 기업이 BTS 지우기에 나서자 “외국 브랜드들이 민족주의로 위험에 빠진 사례”라는 보도도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현지시간) “이번 논란은 중국 내 외국 브랜드들이 강해지는 민족주의로 인해 직면한 위험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전에도 외국 기업들이 대만과 홍콩, 티베트 등 정치적 사안에 휩쓸려 중국의 민족주의로 어려움을 겪었다"며 “갭과 미국프로농구(NBA), 메르세데스-벤츠가 베이징에 투항했다는 비판을 들으면서까지 중국 소비자에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보도했다.
BTS 수상 소감에 中 네티즌 "중국 존엄 무시"
FT "중국의 민족주의가 국외 브랜드 위협"
NYT "악의 없는 BTS 발언을 中 네티즌 공격"
로이터 "중국내 기업이 마주할 정치적 지뢰"
과거 중국 불매운동 겪었던 사례 소개하기도
FT는 “한국 기업은 이미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의 한반도 배치로 중국의 불매운동과 규제 장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BTS와 관련한 이번 문제는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기업에 새로운 타격”이라고 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10일 “BTS는 공공연한 도발보다는 진심 어린 포용성으로 잘 알려진 인기 그룹으로 (수상 소감은) 악의 없는 말 같았다”며 “하지만 중국 네티즌은 지체 없이 그들을 공격하는 글을 올렸다”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에서 ‘조국보다 중요한 아이돌은 없다’와 ‘BTS가 중국을 모욕했다’는 해시태그가 유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BTS는 중국 정부와 소비자의 반대편에 선 많은 외국 기업과 유명 인사의 가장 최신 사례”라며 NBA 등 중국의 불매운동으로 피해를 본 사례를 열거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중국의 BTS 공세로 삼성 등 대기업들이 BTS와 거리를 둔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논란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인 중국에서 대형 브랜드들이 마주할 수 있는 '정치적 지뢰'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7일 한·미 관계에 공헌한 인물·단체에 주어지는 밴플리트상 온라인 시상식에서 BTS의 리더 RM(본명 김남준)은 “올해 행사는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의미가 남다르다”며 “우리 양국(our two nations)이 겪은 고난의 역사와 수많은 남녀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민족주의 성향의 중국 환구시보는 BTS의 수상 소감에 중국 누리꾼들이 화가 났다고 보도했다. 중국 네티즌들이 한국과 미국을 의미하는 ‘양국’이라는 단어 사용에 “한국전쟁 당시 중국 군인의 희생을 무시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는 것이다.
한편, “방탄소년단의 수상 소감에 중국 네티즌이 분노했다”고 전했던 환구시보 기사는 13일 해당 홈페이지에서 삭제됐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BTS의 발언이 중국의 국가 존엄과 관련된다는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관련 보도와 중국 누리꾼들의 반응을 주목하고 있다"며 "역사를 거울삼아 미래를 향하고 평화를 아끼며 우호를 도모하는 것은 우리가 함께 추구하고 노력해야 할 가치"고 말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