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빅스비" "아리아"…스마트폰 속 인공지능 어디까지 왔나

중앙일보

입력 2020.10.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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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빅스비. 랩해줘"라고 요청하자 "저의 삶에 대해 가사를 써봤어요"라고 답하는 빅스비. 그리고 "폰 속의 삶도 비슷비슷해. 가끔은 여기도 지극지긋해"로 시작하는 폭풍 랩핑이 이어진다.
 
#"시리야, 끝말잇기 게임하자"라고 제안하자 "네, 제가 먼저 할게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시리가 내뱉은 첫 단어는 "과녁." 게임 종료.  
 
스마트폰 속 인공지능(AI)이 일상 속에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애플·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는 물론, 운영시스템(OS)을 제공하는 구글에서도 AI 프로그램을 내놓은 데 이어 국내 통신사 가운데 SK텔레콤도 자사 AI 플랫폼을 스마트폰에 탑재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4월 빅스비 음성을 셀럽의 목소리로 설정할 수 있는 '빅스비 셀럽 보이스'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제공]

 

애플 시리, 삼성 빅스비…'폰 속 AI 비서' 경쟁 본격화  

음성으로 조정하는 '폰 안의 AI 비서'는 2011년 애플이 아이폰에 시리(Siri)를 탑재하면서 대중화됐다. 이듬해 구글이 '구글 나우'를, 2017년 아마존이 알렉사 앱을 출시하면서 경쟁이 본격화됐다. AI 기능도 진화했다. 초기에는 음성 인식 오류가 잦았지만 최근에는 매끄러운 자연어 처리 뿐 아니라 이미지 인식까지 가능하다. 알렉사는 '감정이 실린 목소리'까지 낼 수 있다고 한다. 상황을 인지하고 분위기를 맞추는 수준까지 이르렀단 의미다.


최근에는 삼성전자·LG전자·샤오미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자사 단말기에 최적화된 AI를 탑재해 내놓고 있다. 삼성 빅스비는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배터리 등 기기 관리에 특장점이 있다. 이용자의 스마트폰 사용 패턴을 스스로 학습해 장소·시간·상황에 따라 자주 사용하던 설정대로 스마트폰 기능을 세팅한다.  

애플 아이폰에 탑재된 시리. [연합뉴스]

 
국내 통신사 가운데서는 SK텔레콤이 유일하게 스마트폰 안에 AI 프로그램을 집어넣었다. 12일 SK텔레콤은 자사 AI 플랫폼 '누구(NUGU)'와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T전화'를 결합한 지능형 전화 서비스 'T전화X누구'를 내놨다.

 

SKT, 통신사 가운데 최초로 AI 전화 서비스 출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면 이용자가 음성만으로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주고받는 게 가능하다. 일례로 치킨집에 주문전화를 걸 경우 '아리아, 전화번호 찾아줘"라고 말하면 AI가 "누구의 전화번호를 알려드릴까요"라고 음성과 문자로 되묻는다. 이때 "치킨집"이라고 말하면 주변 치킨집 전화번호를 리스트업해 알려주고, "네번째"라고 답하면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걸어주는 식이다.  
 
SK텔레콤은 AI를 활용해 '투데이' 서비스도 내놨다. 스마트폰 이용 패턴·위치·날씨·시간 등을 바탕으로 이용자 맞춤형 뉴스, 음악, 음식메뉴 등의 콘텐트를 추천하는 식이다.  

SK텔레콤은 자사의 AI플랫폼 ‘누구(NUGU)’와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T전화’를 결합한 지능형 전화 서비스 ‘T전화x누구’를 출시했다고 12일 밝혔다.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은 애플의 시리나 삼성전자 빅스비 등 타 AI 플랫폼과는 차별화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명순 SK텔레콤 AI사업유닛장은 "빅스비 등은 제조사 기반으로 하드웨어를 보완한다는 시각에서 AI에 접근하지만, 통신사는 T맵이나 인터넷TV(IPTV) 등 메인 서비스에 AI 비서가 결합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서는 "음성 명령이나 카메라를 통해 인식한 정보 등 개인식별 가능한 데이터는 즉시 식제하고 저장조차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영준 SK텔레콤 AI기술유닛장은 "저장된 정보의 유무는 시큐리티센터에서 인가된 분들만 확인한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이 자사의 AI 서비스 '누구(NUGU)'를 기반으로 한 AI 비서 서비스 'T전화x누구'를 출시한다고 12일 밝혔다. SK텔레콤 이현아 AI서비스단장이 온라인 간담회에서 'T전화x누구'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SK텔레콤 제공]

 

전문가 "정부, 개인정보 보호 가이드라인 마련해야"

하지만, 정보통신업계와 인공지능 분야 일부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목소리도 내고 있다. 기업들이 앞다퉈 AI 기술을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것에 대해  "AI 기능 고도화·지능화는 빨라질 수 있으나, 이용자 편익은 사실상 크지 않을 수 있다"와 같은 우려를 나타낸다. 
 
국제인공지능학회(AAAI)에서 '혁신적 인공지능 응용상' 등을 세 차례 수상한 AI 전문가인 이경전 경희대 교수는 "애플·구글은 물론 SK텔레콤의 AI 역시 클라우드 컴퓨팅에 기반한 AI라서 이용자의 음성명령 등 수집된 정보가 1차 저장되는만큼, 개인정보 보호 이슈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울 순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음성명령으로 '○○에게 전화 걸어줘'같은 기능은 20년 전 휴대전화에도 구현됐지만 사람들이 잘 쓰지 않았다"면서 "단순히 음성명령 기능을 AI에 탑재하기보다, 사람들이 어떤 기능을 선호하고 싫어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도 "AI 기능을 통한 소비자 편익과 폐해를 정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용자는 배달음식 주문하기 쉬워지는 정도의 편익을 취하고,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을 느껴야 한다면 스마트폰에 AI가 탑재되는 것이 반길만한 일이 아닐 수 있다"면서 "정부가 AI의 투명성과 설명가능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