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인플루언서' 15세 숨진 伊컴퓨터 천재, '복자' 반열에

중앙일보

입력 2020.10.11 23:04

수정 2020.10.11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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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을 통한 가톨릭 복음 전파에 큰 힘을 보탠 이탈리아의 10대 소년이 백혈병으로 숨진 후 14년 만에 시복(諡福)됐다. 시복은 누군가를 복자(福者)로 추서하는 것을 의미하며, 복자는 가톨릭에선 성인(聖人) 직전 단계에 해당한다.
 

2006년 15세의 나이로 숨진 이탈리아 청년 카를로 아쿠티스가 지난 10일 이탈리아 중부 아시시에 있는 성 프란치스코 대성당에서 시복됐다. [AP=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바티칸 뉴스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중부 아시시에 있는 성 프란치스코 대성당은 10일 카를로 아쿠티스에 대한 시복 추서 의식을 거행했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쿠티스를 복자로 승인했기 때문이다. 당초 시복식은 6월 20일로 예정돼 있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연기돼 10일 치러졌다.
 
밀라노 출신의 1991년생인 아쿠티스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어릴 때부터 강한 종교적 신념과 이웃 사랑의 정신을 보여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컴퓨터 공학 분야에 천부적 소질을 보인 아쿠티스는 가톨릭 성인의 기적과 관련된 소식을 전하는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이 때문에 그의 이름 앞에는 '인터넷 수호성인', '신의 인플루언서' 등의 수식어가 붙었다. 아울러 가톨릭 교구 봉사활동 등을 통해 가난한 이웃에게 신앙을 전하고, 도움을 주기도 했다.


2006년 15세의 나이에 급성 백혈병으로 숨진 후 편안하게 잠든 모습의 카를로스 아쿠티스. [AP=연합뉴스]

하지만 그는 급성 백혈병으로 2006년 10월 12일 불과 1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아쿠티스는 눈을 감기 전 프란치스코 성인의 고향인 아시시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알려졌다. 그의 시복식이 아시시에서 거행된 것도 이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8년 “디지털 세상에서 우리는 고립, 공허한 쾌락과 같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 세상에서도 창의력과 천재성을 보여 주는 젊은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며 아쿠티스를 거론하기도 했다.
 
교황청은 세상을 떠난 가톨릭 사제와 신자에 대해 덕행과 신앙심, 기적의 유무 등을 조사해 교황의 승인을 받아 가경자(可敬者), 복자, 성인의 칭호를 수여한다.
 
가경자는 시복 후보자 가운데 행적이 뛰어난 사람에게 부여되고, 이후 한 번의 기적이 인정되면 복자, 두 번 이상의 기적이 검증되면 성인으로 추서된다.
 
아쿠티스는 지난 2013년 선천성 췌장 관련 질환을 앓던 7세 나이의 브라질 소년이 아쿠티스를 위해 기도한 뒤 완치된 일이 기적으로 인정받아 복자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AP통신에 따르면 아쿠티스는 1900년대 이래 복자 칭호를 받은 최연소 인물 가운데 하나가 됐고, 한 번의 기적이 더 인정되면 가톨릭 성인의 호칭을 받는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