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SLBM뿐 아니라 재래식 전력도 급속 발전
"북극성-4A, 신형 잠수함 개발과 관련 있어"
"남한 어디든 타격 가능한 야전무기 다양"
미군 장갑차·전차 모방해 기갑전력 현대화
ICBM 사거리 늘고 다탄두 가능성
신형 ICBM의 경우 기존 화성-15형(사거리 1만3000㎞, 탄두 중량 1t)과 비교해 직경과 길이가 커져 사거리가 늘고 탑재할 수 있는 탄두 중량도 커졌을 것으로 분석된다. 미사일을 싣고 이동하는 발사대(TEL) 바퀴 수만 봐도 기존 9축(18개)에서 11축(22개)으로 늘었다.
고체연료는 액체연료보다 상대적으로 발사 준비시간이 짧아서 사전 징후 포착이 어렵다. 또 TEL에 싣고 동시다발로 발사하면 방어가 더 까다롭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12월 북한이 '중대 시험'이라고 발표했던 추력이 향상된 액체엔진을 탑재한 것으로 추정했다. 류성엽 21세기 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신형 ICBM 측면에 흰색 사각형 표시는 연료·산화제 주입구로 의심된다"며 "현재까지 북한이 중점 개발하는 것은 액체연료 기반일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군도 비슷한 입장이다. 익명을 원한 군 관계자는 "북한이 ICBM용 고체연료 단계까지는 나아가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신형 ICBM의 겉모습만 봐선 전술적으로 운용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다탄두를 구현하기 위해 엔진을 늘리다보니 무게가 100t 전후(화성-15형은 60t 정도로 추정)까지 올라갔을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과 러시아의 운용 사례를 보면 이 정도 무게로는 TEL에선 발사할 수 없고 지하 사일로(고정형 발사대)에 넣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게를 줄이기 위해선 고체연료 엔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북극성-4A의 전략적 목표는 괌?
기존 북극성-3형(사거리 3000~4000㎞)보다 직경이 커졌는진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만일 커졌다면 사거리가 향상됐을 수 있다. 이 경우 북한의 재래식 잠수함이 가진 한계를 어느 정도 커버할 수도 있다.
권 교수는 또 "북극성-4A형은 형상이 중국의 다탄두 SLBM JL-2(쥐랑-2, 사거리 7000~8000㎞)와 유사해 보인다"면서도 "크기가 북극성-3형과 비슷하다면 쥐랑-2와 달리 전략적 목표는 미국령 괌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궁극적인 SLBM 개발 목표가 '미 본토 타격'인 만큼 쥐랑-2 수준으로 개발을 계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밀 타격력 향상…미군 무기도 모방
특히 이런 무기들은 미국을 상대로 한 협상용 전략무기와 달리 한국을 직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그동안 시험 발사 등을 통해 한국군을 긴장시켰던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와 '에이태큼스(ATACMS)' 탄도미사일, 초대형 방사포(다연장로켓포의 북한식 표현) 등은 남한 전역이 사정권이다.
양욱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는 "각종 로켓에 정밀유도장비를 갖추는 등 야전 포병의 정밀 타격 능력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보인다"며 "한반도 전구 내에선 어디든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열병식에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기갑 전력의 현대화도 눈에 띈다. 북한군은 기동성과 화력이 뛰어난 미 육군 스트라이커 장갑차를 닮은 장갑차 2종을 공개했다. 각각 115㎜ 전차포, 대전차 미사일을 장착한 채였다.
또 열병식엔 미 육군의 M1 에이브럼스 전차를 연상케 하는 신형 전차도 나왔다. 신형 전차는 에이브럼스 전차와 마찬가지로 시가전에 특화된 장비를 장착한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북한군이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한 차세대 방어 개념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양 교수는 "육·해·공에서 모두 발사할 수 있는 '핵 3원(nuclear triad)' 전력을 확보한 북한이 재래식 무기를 현대화하는 것은 일반적인 핵보유국의 무기 개발 순서와 일치한다"며 "김정은 정권이 앞에선 평화 무드를 조성하면서 이런 무기 개발에 전념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비핵화 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이와 관련, "새롭게 공개된 북한의 무기체계에 대해선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면서 "다만 군사력을 선제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입장에 주목하며, 9.19 군사합의의 완전한 이행 등 실질적인 군사적 긴장 완화에 호응할 것을 요구한다"고 11일 밝혔다.
익명을 원한 군 고위 관계자는 "무기체계의 외양만 봐선 실제 성능을 판단하기 어렵다"면서도 "개발 속도가 빠른 만큼 이대로 북한의 전략 무기 외에 전술 무기 개발을 방치하는 건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기 개발의 돈줄이 어디인지, 기술과 장비를 어떻게 확보하는지 추적해 차단해야만 한다"고 했다.
이철재·김상진·박용한 기자 kine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