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시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김 위원장, 이번엔 열병식
화려한 조명 동원한 새로운 방식으로 효과 극대화
특히 북한은 지난해 말 전원회의를 열고 올해 당 창건 기념일을 대대적으로 준비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수해와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뒤 내세울 게 없자 새로운 방식의 행사가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전현준 국민대 겸임교수는 “김 위원장은 집권 후 뭔가 새로움을 늘 추구해 왔다”며 “코로나 19 등으로 다른 행사를 준비하는 데 어려움이 있자 열병식을 10일을 시작하는 심야에 시작함으로써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기 위한 차원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북한은 이날 열병식 동안 주석단 양옆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했고, 각종 조명을 동원한 화려함을 극대화했다.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단번 도약과 과학기술을 강조하고, 평양 재건 사업을 통해 '화려함'을 추구했다. 이날 북한이 열병식에서 보여준 조명들은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쉽지 않은 장면들이다.
결국 김 위원장이 새벽에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 대낮에 열병식을 참석했던 것과 달리 열병식을 선택한 셈이다. 기념일이 시작되는 시간, 즉 12시를 중시하는 김 위원장이 이번에는 열병식에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심야 열병식은 대외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일 수도 있다. 지난 7월부터 북한의 열병식 준비 동향이 수시로 국내외 언론에 나오자 새로운 방식이 필요했을 수 있다. 인공위성으로 사전에 준비 상황을 서방 국가들이 파악하는 걸 막기 위한 차원일 수 있다.
그런데 대낮에 열병식을 할 경우 감춰 왔던 무기들은 열병식 전에 정보 당국에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어둠을 틈타 열병식 장소로 병력이나 무기가 이동할 경우 사전 노출 가능성이 대낮에 비해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은 미국 시간으로 낮 11시(한국 시간 10일 자정)에 열병식을 하고, 오전 6시(한국 시간 10일 오후 7시) 이를 방영했다. 미국을 겨냥한 심야 열병식 개최라고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을 직접 겨냥하거나 핵위협을 언급하지 않았다. 열병식을 하면서도 대미 위협 대신 수위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