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델 교수는 서문에서 부유한 부모가 ‘뒷문’(편법)과 ‘옆문’(불법)을 통해 자녀를 예일대 등 명문대에 입학시킨 사건을 언급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왜 불법을 저질러서라도 명문대 학위가 필요한가. 명문대 학위라는 능력이 인생에서 왜 중요한가. 입학제도를 개선하면 되나.
[안장원의 부동산노트]
마이클 샌델 '능력의 폭정'에 비춰본 주택시장
3년새 아파트·분양 시세차익 3억원으로 커져
'승자'와 '패자' 골 깊어지고 시장 불안 불씨
유주택자 분양 당첨 비율 1.6%
주택담보대출 한도(LTV, 담보인정비율)가 현재 시세 15억원 초과 0%, 9억~15억 20%, 9억원 이하 40%다. 분양가가 9억원 넘어도 중도금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 현재 주택시장에서 최고 능력자가 무주택 현금부자인 셈이다.
샌델 교수는 미국에서 능력주의의 부작용이 지난 40년간 쌓이고 쌓여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한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폭발했다고 했다.
국내 주택시장에선 현 정부 3년간 누적된 불만이 올해 터져 나왔다. 잇단 고강도 대책에도 집값이 급등하며 승자의 환호 소리는 커지고 패자의 한숨은 깊어갔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8억9000만원으로 현 정부가 들어선 2017년 5월 5억7000만원보다 3억원 올랐다. 1년에 1억원씩이다.
전용 84㎡ 기준으로 분양시장에서 당첨되면 기대할 수 있는 시세차익이 2017년 5월 5000만원에서 지금은 3억3000만원으로 커졌다. 땀 흘려서 벌 수 없는 돈이다. 집을 사거나 분양받으면 로또를 거머쥔 승자가 되고 그러지 않으면 ‘이생집망’(이번 생에 내 집 마련은 망했다)의 패자로 남는다.
승자에 대한 거부감도 커졌다. 무주택 현금부자가 본인의 노력만으로 됐을까. 무주택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지난 정부들이 각종 세제 혜택과 대출 완화 등으로 권장한 주택 구입을 거부하고 참고 기다렸나. 열심히 일해 주택구입 자금을 쌓았나.
패자의 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현 주택시장의 '무능력자'인 1주택자와 단기 무주택자, 30대가 지난 봄과 초여름 코로나 시국에 들고 일어났다. 1주택자는 집값의 높낮이와 관계없이 무주택이 아니라는 점만으로 소외된다. 단기 무주택자와 30대는 청약가점이 낮고 자금이 별로 없다.
'이생집망' 피하려 '영끌'
이들은 영혼을 끌어모으는 심정으로 부족한 자금을 온갖 방법으로 마련한다는 ‘영끌’을 붙잡고 주택 매수에 나섰다.
'부모 찬스'에 대한 반발도 작용했다.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가 2017년 1년간 7400여건에서 올해는 8월까지만 이미 1만4000건을 넘었다. 30대가 증여 수혜자다. 서울 아파트 등 집합건물 연령대별 수증인 비율에서 30대가 2017년 21.3%에서 올해 26.9%로 올라갔다. 30대가 증여받은 건수가 올해 9월까지 5700여건으로 2017년 1800여건의 3배가 넘는다.
샌델 교수는 능력 경쟁을 더욱 가속할 게 아니라 능력이 부족하지만 사회에 중요한 이들이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명문대 학위가 없어도 잘 사는 사회 말이다. 또한 능력주의를 넘어 공동선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주택시장에 적용해본다면 ‘무주택’ ‘현금’ 경쟁에서 밀려난 이들을 끌어안고 승자와 패자로 양극화하지 않는 시장을 만드는 게 아닐까.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