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세대의 사람들 역시 동시에 몇 가지의 일을 척척 해내도록 진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릴 적 라디오 방송을 틀어놓고 공부를 하던 추억이 있으신지요? 오늘도 백색소음이 없으면 공부가 잘 안 된다는 이야기들이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옵니다. 저 역시 ‘글 쓸 때 듣기 좋은 음악’을 검색해서 들으며 이 글을 쓰고 있기에 일상이 멀티태스킹입니다.
복잡해진 삶, 지능화된 인간
멀티태스킹의 욕망은 필연적
소중한 상대에겐 정성 집중해야
사무실에 출근해 업무를 하는 동안에도 몇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합니다. 이메일의 답변을 만들며 문서 작성을 하거나 업무 연락을 하는 중에 자료를 찾는 일에도 능통합니다. 뿐만 아니라 어릴 적 수업시간에 교과서 속 숨겨놓은 만화책처럼 친구와의 잡담을 위해 켜 놓은 카카오톡의 화면을 상사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엑셀 모양으로 바꾸거나 거의 보이지 않는 투명모드로 설정합니다.
1인 가구가 빠르게 늘어나는 분화되는 사회가 되며 혼자서 해야 할 일이 늘어납니다. 여기에 늘어난 소득에 비례해 높아진 생활의 기준으로 일상의 행동이 깊어지며 루틴화되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보니 한 가지 일만 해서는 성에 차지 않습니다. 건강을 위해 짧은 거리를 뛰려고 마음을 먹다가도 뛰는 중 들을 음악 리스트를 찾다 시간이 흘러 뛸 의지가 없어졌다거나 기기의 충전상태가 낮아서 운동을 포기했다는 고백들도 보입니다.
종료하지 않은 일들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기에 이를 수시로 확인하며 진행하기 위해서 기기들도 변화를 수용하도록 진화합니다. 음성통화와 같이 상대에게 실시간으로 집중해야 하는 통신수단은 한꺼번에 접속할 수 있는 대상을 제한하기에 예전처럼 빈번하지 않습니다. 동시에 서너개의 채팅창을 켜 놓고 다면기를 두는 바둑의 고수처럼 돌아가며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기에 메시지가 선호됩니다. 위젯으로 몇 개 창의 결과를 동시에 볼 수 있게 하거나 복수의 스크린에 분할해서 보는 기능이 새롭게 제공되고 펼쳐지거나 돌아가는 화면이 탑재된 스마트폰들이 멀티태스킹을 강조한 광고를 내보내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의 집중이 간헐적으로 되더라도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동영상의 자막은 필수인 세상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멀티태스킹은 대세가 되었지만 한가지 조심할 것이 있습니다. 관계의 멀티태스킹은 자칫 상대에게 쏟는 내 정성이 분산될 우려가 있기에 소중한 그에게는 온전히 집중해야 합니다. 내가 받은 관심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을 돌려준다면 그 역시 나에게 그만큼의 애정만 보여줄 터이니까요.
송길영 Mind Mi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