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박동 정상 리듬 찾으니 치매위험 30% 줄어

중앙일보

입력 2020.10.0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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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방세동 치료 장비 자료사진. 연합뉴스

 
불규칙하게 뛰는 심장 리듬을 정상으로 돌아오게 했더니 치매 위험이 30% 가까이 줄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김대훈 심장내과 연구교수와 분당차병원 양필성 심장내과 교수, 신촌세브란스병원 정보영 심장내과 교수 연구팀은 8일 이런 내용이 남긴 논문 자료를 냈다.  
 

심방세동 환자 치매발생 위험 1.5배 높아 

연구팀은 우선 ‘심방세동 환자가 앓는 시기를 줄이면 치매 위험도 감소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심방세동은 심장 박동이 불규칙하거나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뛰는 것을 말한다. 환자 절반이 80세 이상 고령층이다. 심방세동 환자의 치매 발생 위험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1.5배가량 높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어 연구팀은 심방세동 수술법인 ‘전극도자 절제술’에 주목했다. 부정맥을 일으키는 심장 부위에 고주파 에너지를 쏴 비정상 조직을 치료하는 시술법이다. 

심방세동 환자는 심장리듬 간격이 일정하지 않고 불규칙해 갑자기 빨리 뛴다. 중앙포토

 

약물치료 받은 환자와 비교 분석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2005~2015년 심방세동 진단을 받은 환자 83만4735명을 추렸다. 이 가운데 9119명이 전극도자 절제술을 받았다. 1만7978명은 약물치료를 선택했다. 연구팀은 두 환자군의 치매 위험도를 비교했다. 


전극도자 절제술 군에서의 치매 누적 발생률은 6.1%로 나타났다. 반면 약물치료 군에서는 9.1%였다. 전극도자 절제술이 약물치료보다 27%가량 치매 위험을 줄였다. 전극도자 절제술 후에 재발한 환자는 치매 예방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사진 세브란스

 

알츠하이머도 위험도 23%가량 낮아 

또 연구팀은 치매 발생률을 1000인 년(100명을 10년간 관찰한 개념)으로 환산해 비교했다. 전극도자 절제술 군은 5.6명, 약물치료 군은 8.1명이었다. 가장 많은 치매 유형인 알츠하이머병 발병률도 같은 기준으로 따져보니 전극도자 절제술 군은 4.1명, 약물치료 군은 5명으로 약 23% 낮았다. 혈관성 치매에서는 전극도자 절제술 군(1.2명), 약물치료 군(2.2명)으로 약 50% 낮았다.
 
정보영 교수는 “현재 치매 고위험군에 속하는 심방세동 환자에게 적절한 항응고요법 외에는 치매 예방에 도움되는 치료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제한적인 상황에서 전극도자 절제술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대훈 교수는 “시술 후 심방세동이 재발하지 않은 전극도자 절제술 성공군에서 특히 치매 예방 효과가 두드러진 걸 볼 수 있다”며 “이것은 심방세동 환자에서 최대한 정상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치매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논문은 ‘유럽 심장 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게재됐다. 
 
세종=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