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스포츠·미디어 넘어 금융까지…택진이형, AI로 못 하는게 뭐예요

중앙일보

입력 2020.10.08 00:04

수정 2020.10.08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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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진 대표

리니지·블레이드앤소울 등 국내 대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을 만들어 온 개발사 엔씨소프트가 스포츠·미디어·금융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 중이다. 지난 10여년간 다져온 인공지능(AI)기술이 그 바탕이 됐다.
 
엔씨소프트는 KB증권, 디셈버앤컴퍼니(이하 디셈버)와 함께 ‘AI 간편투자 증권사’를 만들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엔씨소프트와 KB증권이 각 300억원씩 디셈버에 투자해 합작법인을 만드는 형태다. 디셈버는 로보어드바이저(디지털 자산관리 서비스) 서비스 ‘핀트’를 운용하는 회사다. 회사 관계자는 “금융 AI 기술 확보와 AI 경쟁력 고도화를 목표로 합작법인 참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KB증권 등과 협력
‘AI 간편투자 증권사’ 만들기로

새 합작법인에서 엔씨소프트는 ‘AI 프라이빗 뱅킹(PB)’ 개발에 나선다. 엔씨소프트가 보유한 자연어처리(NLP·사람이 쓰는 말을 기계가 이해하고 구사하도록 하는 AI) 기술 역량과 KB증권 투자 노하우, 디셈버의 금융 데이터를 접목해 AI가 자산관리에 대해 조언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발전시켜 향후 AI 금융투자 플랫폼으로 활용한다는 의미다.
 
게임회사인 엔씨소프트가 금융 분야까지 진출하게 된 것은 일찌감치 범용성 높은 AI 원천기술을 개발해왔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는 2011년 김택진 대표 부인인 윤송이 사장 주도로 AI연구조직을 만들었다. 이후 윤 사장이 북미법인인 엔씨웨스트 대표로 가면서 김택진 대표가 조직을 이어받아 키워왔다.
 
김 대표는 2013년 11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1년 넘게 매주 AI랩 연구원 전원(당시 10여명)이 참여하는 ‘이노베이션 세미나’라는 연구모임을 직접 진행할 정도로 AI에 공을 들였다. 당시 매주 김택진 대표와 토론을 벌였던 이재준 엔씨소프트 AI 센터장은 “엔씨소프트를 AI 기술 회사로 만들기 위한 과정이었다”며 “1년 간의 세미나를 통해 NLP 등 중점 연구분야가 정해지면서 본격적인 연구개발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엔씨소프트 AI기술 활용법.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10여명에 불과했던 조직은 현재 순수 AI 연구인력만 200여명에 달할 정도로 몸집이 불어났다. 조직도 게임·스피치·비전 AI를 연구하는 AI센터와 언어·지식 AI를 연구하는 NLP센터로 나눠 전문성을 강화했다.
 
엔씨소프트는 이를 제일 잘하는 게임 분야에서 먼저 활용했다. 2016년 블레이드앤소울을 업데이트하면서 AI캐릭터(NPC)를집어넣은 게 대표적이다. 덕분에 그간 정해진 방식으로만 반응했던 게임 속 캐릭터가 사람이 조종하듯 실시간으로 상대에 따라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식으로 진화했다. 2018년엔 프로야구 정보 앱 ‘페이지’를 선보였다. 페이지에선 프로야구 경기가 끝나면 15분 안에 5분 안팎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볼 수 있다. AI가 투수가 던지고 타자가 치는 장면 중 주요 장면을 골라 알아서 편집한다. AI가 생성한 경기 리뷰도 읽을 수 있다.
 
최근 들어선 보유 기술을 활용해 외부와 협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4월부턴 AI가 작성한 날씨 기사를 연합뉴스에 제공하고 있다. AI는 기상청의 일기예보 통보문과 한국환경공단 미세먼지 데이터를 해석하고, 학습한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사를 쓴다. 회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게임회사이지만 ‘콘텐트·IP’(지식재산)와 개발력 및 AI를 포함한 ‘기술’이라는 두 가지 큰 축을 바탕으로 내부투자 및 외부협업을 진행한다”며 “이번 KB증권과의 협업도 연장 선상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