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시즌 때마다 괴로웠어요. 한국인 과학 노벨상 수상자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노벨상 후보군에 들었다니 마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 유력 후보로 꼽히는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 겸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 단장의 말이다. 매년 노벨상 수상자를 예측하는 정보분석업체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Clarivate Analytics)’는 논문 인용 횟수 등을 근거로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 유력 후보로 현 교수를 점찍었다. 나노입자를 균일하게 합성하는 방법을 처음 개발하고, 대량 합성도 가능하게 해 QLED TV의 기술적 토대를 마련한 공로다. 이 연구 결과는 2001년 미국 화학회지(JACS)와 2004년 네이처 머터리얼스(Nature Materials)에 실렸다.
“올해 수상 기대 안 해, 후보군 포함도 영광”
현 교수는 6일 노벨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는 데 대해 “솔직히 올해 수상은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통상적으로 클래리베이트에서 노벨상 수상 후보로 선정되면 보통 5~6년쯤 지나 상을 받곤 한다”면서 “1980년대 초에 양자점(quantum dot)을 발견한 루이스 브루스 컬럼비아대 교수나 알렉산더 이프로스 박사가 아직 노벨상을 못 받았는데 이분들이 먼저 받는다면 나도 받을 수 있지 않겠냐”며 웃었다.
나노입자 균일합성법 처음 개발
오늘 발표 화학상 후보로 꼽혀
“한국 과학도 한강의 기적 불릴만
정부 지원하되 개입않기 유지를”
"獨·日보다 100년 늦었지만 큰 발전"
그는 “‘스포츠선수들은 금메달을 잘 따오는데, 한국 과학자는 왜 노벨상을 못 받냐’는 소리도 들었다. 하지만 한국 과학은 단기간에 많이 발전한 만큼 과학계에선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릴 만 하다”고 했다. 현 교수는 “대학원생이던 87년도만 해도 한국인 교수 논문이 JACS에 실렸으면 신문 1면 감이었다”며 “지금은 내가 JACS의 에디터를 하고 있을 정도니 엄청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이젠 결코 다른 나라에 뒤처지지 않는다”고 했다. 현 교수는 2010년부터 JACS의 부편집인을 맡고 있다.
“국내 연구자의 자율성 보장이 중요”
노벨화학상 수상자는 7일 오후 6시 45분에 발표된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