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화학상 현택환' 오늘 불릴까…"후보되면 5~6년뒤 받을수도"

중앙일보

입력 2020.10.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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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 겸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 단장. [중앙포토]

“노벨상 시즌 때마다 괴로웠어요. 한국인 과학 노벨상 수상자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노벨상 후보군에 들었다니 마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 유력 후보로 꼽히는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 겸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 단장의 말이다. 매년 노벨상 수상자를 예측하는 정보분석업체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Clarivate Analytics)’는 논문 인용 횟수 등을 근거로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 유력 후보로 현 교수를 점찍었다. 나노입자를 균일하게 합성하는 방법을 처음 개발하고, 대량 합성도 가능하게 해 QLED TV의 기술적 토대를 마련한 공로다. 이 연구 결과는 2001년 미국 화학회지(JACS)와 2004년 네이처 머터리얼스(Nature Materials)에 실렸다.
 

“올해 수상 기대 안 해, 후보군 포함도 영광”

노벨상 메달. [중앙포토]

 
현 교수는 6일 노벨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는 데 대해 “솔직히 올해 수상은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통상적으로 클래리베이트에서 노벨상 수상 후보로 선정되면 보통 5~6년쯤 지나 상을 받곤 한다”면서 “1980년대 초에 양자점(quantum dot)을 발견한 루이스 브루스 컬럼비아대 교수나 알렉산더 이프로스 박사가 아직 노벨상을 못 받았는데 이분들이 먼저 받는다면 나도 받을 수 있지 않겠냐”며 웃었다. 

나노입자 균일합성법 처음 개발
오늘 발표 화학상 후보로 꼽혀
“한국 과학도 한강의 기적 불릴만
정부 지원하되 개입않기 유지를”

어린시절부터 과학자를 꿈꾸며 연구에 매진해온 그는 “연구자로서 노벨상 후보군에 들어섰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영광”이라며 “지금까지 한국에선 최고과학기술인상, 호암상 등을 받았지만 이젠 세계 무대에서도 권위자로 인정받았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 겸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 단장. [중앙포토]

"獨·日보다 100년 늦었지만 큰 발전"  

노벨상 시즌마다 한국인 수상자는 없었다. 이에 현 교수는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유럽·일본에 비해 100년 정도 늦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노벨 화학상 수상자를 많이 배출한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는 1917년,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도 1911년에 설립됐다”며 “한국 기초과학연구원은 만들어진 지 9년밖에 안 됐다. 그렇지만 벌써 나를 포함해 노벨상 유력 수상 후보가 3명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4년 유룡 IBS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장, 2018년엔 로드니 루오프 IBS 다차원탄소 재료 연구단장이 노벨상 수상 후보로 거론됐다.
 
그는 “‘스포츠선수들은 금메달을 잘 따오는데, 한국 과학자는 왜 노벨상을 못 받냐’는 소리도 들었다. 하지만 한국 과학은 단기간에 많이 발전한 만큼 과학계에선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릴 만 하다”고 했다. 현 교수는 “대학원생이던 87년도만 해도 한국인 교수 논문이 JACS에 실렸으면 신문 1면 감이었다”며 “지금은 내가 JACS의 에디터를 하고 있을 정도니 엄청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이젠 결코 다른 나라에 뒤처지지 않는다”고 했다. 현 교수는 2010년부터 JACS의 부편집인을 맡고 있다.


“국내 연구자의 자율성 보장이 중요”

현 교수는 한국과학 발전을 위해선 연구자들의 자율성 보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행 IBS는 독일의 막스플랑크연구소를 롤모델 삼아 만든 기관인데, 연구자들이 하고 싶은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독립성을 보장해주고 있다”며 “정부에서 지원은 하되 연구에는 개입하지 않는 현행 시스템이 계속 유지된다면 앞으로 한국의 기초과학이 더욱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벨화학상 수상자는 7일 오후 6시 45분에 발표된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