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엔 하나의 장비로 대기오염물질인 ‘황산화물(SOx)’과 ‘질소산화물(NOx)’을 동시에 90~99% 저감하는 기술을 개발해 해양수산부로부터 신기술 인증도 받았다. 올해는 국제해사기구(IMO)가 모든 선박에 대해 연료의 황 함유량을 낮추도록 하는 환경규제를 발동한 해라, 스크러버(탈황장치)에 관심을 보이는 국내외 기업들이 많았다.
오원철 정원이앤씨 대표
오염물질 90~99% 저감 기술
해수부 신기술 인증받았지만
선주들 외면에 회사 매각할 판
더 힘든 건 업계에 퍼진 중소기업에 대한 불신이었다. 친환경 기조에 맞춰 정부가 자금을 지원해 선박에 탈황장치를 설치하도록 장려해도, 선주들은 국내 중소기업은 못 믿겠다며 독일·일본 등 선진국 제품이나 중국 저가 제품을 선택했다. 오 대표는 “중소기업 사장들끼리 만나면 ‘우리 손자들은 (중국에 시장을 다 뺏겨) 중국사람 바람막이하고 있겠다’고 걱정을 한다”며 “한국에서 중소기업은 우수한 기술을 가져도 정부든 고객사든 믿어주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 위기 8개월째. 그는 회사를 건사할 길을 찾고 있다. 최근 일본의 대표 선사인 몰(MOL)사가 탈 오염 스크러브를 제작해 달라는 의뢰를 해 와 중소벤처기업부의 구매 조건부 신제품 개발사업에 참여 중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뉴딜’은 회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오 대표는 정책의 일관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권이 바뀌면 정책이 흐지부지되는 과거 상황을 많이 봐서다. 그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바람에 일렁이는 파도처럼 바뀐다면 기업들이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이어 “한국도 이제는 있는 기술을 더 발전시키고 원천기술을 가지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자국 기술을 등한시하고 무조건 해외 기술만 가져오려는 짧은 시각을 버릴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국내 한 대기업으로부터 인수·합병(M&A) 제안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좋은 기술을 사장하지 않고 직원들 삶의 터전만 지킬 수 있다면 인수가 되든 합병이 되든 뭐가 아쉽겠나”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