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얘기 듣고 패닉”
이철 “남부지검에서 유시민 질문받은 적 없다”
이 전 대표가 편지를 받고 공포감을 느꼈다는 건 검찰에 중요한 발언이다. 검찰은 이 전 기자가 한 검사장과의 친분을 내세우며 이 전 대표에게 유 이사장 등 여권 인사의 비위를 제보하라고 협박했다가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편지 내용이 이 전 대표에게는 공포감이 들 정도의 협박으로 느껴졌으며 이를 통해 그가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려고 했다는 건 검찰 공소제기의 뒷받침이 된다.
이 전 대표는 특히 3월 25일 한 검사장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아득했다”고 말했다. 이전에도 편지를 받고 검찰 고위관계자와 연관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두려움이 생겼는데, 그 대상이 한 검사장이라는 걸 듣고 “거의 패닉 상태였다”고 했다.
“이미 MBC 촬영도 마쳤는데 왜 불안한가”
법조계에선 이 전 대표의 이 같은 진술이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의 공모 혐의를 부정한 주요 진술이라고 해석한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3월 25일이면 이미 이 전 기자가 취재를 중단한 시점”이라며 “이후 한 검사장 이름을 듣고 겁먹었다는 건 모순이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전 기자에게 있어 검찰 고위 간부와 공모했다는 건 양형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인데 이 전 대표의 증언 자체가 공모 증거로서는 의미 없는 진술이라는 것이다.
“유시민 염두에 둔 검찰 조사였다”더니…말 바뀌어
이는 이 전 대표 측이 과거 MBC에서 말했던 내용과 배치되는 발언이다. 지난 4월 2일 MBC는 “이 전 대표는 법인 회계장부를 보면 알 수 있는 내용인데도, 계좌에서 현금으로 출금됐다는 이유로 검찰이 비슷한 질문을 이어갔다면서 특정인, 즉 유 이사장 등 여권인사들을 염두에 두고 현금을 전달한 것을 예단한 질문이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이 전 대표의 지인은 MBC를 통해 “‘인출된 돈이 어디에 쓰였느냐’라는 걸 물어보는 걸로 봐서는 검찰의 수사의 방향은 그 현금으로 유 이사장, 현 여권 정부한테 주지 않았느냐라는 뉘앙스를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도 말했다. 남부지검은 그러나 “범죄수익 은닉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송금 내역을 조사한 것이고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아 무혐의 처분했다”고 해명했다. 이 전 대표가 법정에서 한 진술이 당시 남부지검의 설명과 더 맞아떨어진다.
이날 ‘제보자X’로 알려진 지모씨는 재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제 증인출석이 오히려 피고인들에게 은폐의 빌미만 제공할 뿐이라고 생각했다”며 “한 검사장의 수사가 이루어진다면 출석해 사실대로 증언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gn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