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13% 하락 불러온 두산퓨얼셀 대주주 지분 매각 왜?

중앙일보

입력 2020.10.06 17:00

수정 2020.10.06 18:01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지난달 창원의 두산중공업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중앙포토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두산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한 걸음을 더 뗐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가 보유 자산을 두산중공업에 대가 없이 넘겨 재무상태를 개선하기로 했는데, 그 자산에 묶여 있던 빚까지 갚는 절차에 착수했다.
 
6일 두산은 박 회장 등 두산그룹 특수관계인이 갖고 있는 연료전지 회사 두산퓨얼셀 지분 10.9%를 팔기로 했다고 밝혔다. 매각 대상 물량의 가치는 4000억원 정도인데, 이날 팔기로 한 지분은 약 2000억원 정도다.
 
지난달 박 회장 등은 5740억원 규모의 두산퓨얼셀 지분을 무상으로 두산중공업에 넘기겠다고 발표했다. 현금이 투입되는 건 아니지만 회계상 자본 증가 효과가 있어서, 재무상태에 대한 평가를 개선하겠다는 시도다.
 
이 지분에 담보로 묶여 있는 빚이 흠이었는데, 박 회장 등은 남은 두산퓨얼셀 지분을 팔아 이 빚을 갚기로 한 것이다. 재무상태표에 직접 기록되는 절차는 아니지만, 채권단과 잠재적 투자자 입장에선 재무상태가 건전해지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지난달 창원의 두산중공업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중앙포토

두산퓨얼셀 주가 6일 13.8% 하락 

이를 위해 5일 오후 두산퓨얼셀 지분에 대한 대량매매방식(블록딜)의 매각을 선언했고, 6일 그 지분의 절반이 팔렸다. 이 때문에 6일 두산퓨얼셀 주가가 약 13.8%(4만3000→3만7000원) 떨어졌다.


팔기로 한 목표 물량의 절반만 팔렸지만 두산은 일부 금융권의 ‘할 일은 다 했다’는 평가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을 공개적으로 보여줬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어서다. 목표한 지분이 모두 팔려도 두산중공업이 두산퓨얼셀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박 회장 등의 지배력엔 영향이 없다는 게 두산 분석이다.
 
4월 KDB산업은행 등으로부터 긴급 자금 3조6000억원을 빌린 두산이 지난달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하면서 한 고비를 넘겼다는 분석도 있다. 지주사인 ㈜두산은 두산모트롤과 두산솔루스 지분 등을 팔아 증자에 참여할 계획이다. 유상증자 때 팔리지 않는 주식은 주관 증권사가 인수하기로 했다.
 
나머지 국책은행 대출금은 민간 금융권 자금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를 통해 두산이 경영 자율성을 높이고, 풍력 사업 등에서 거둔 영업이익으로 부채ㆍ이자를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창원의 두산중공업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두산의 이같은 시도는 강원도 홍천에 있는 골프장 클럽모우CC를 1850억원에 팔면서 본격화 됐다. 이후 미래 성장 동력이었던 두산솔루스를 약 7000억원에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진대제 펀드)에 매각했고, 두산모트롤(4500억원)도 한 투자회사 연합에 팔았다.
 

두산

또 지난달엔 서울 동대문의 두산타워를 8000억원에 팔았다. 두산 내부에서 “올해 숙제는 끝났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두산에 대한 사실상의 국책 은행 관리 체제 졸업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자체 노력만으로 현재의 위기를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건 두산도 인정하고 있다.
 
현 정부의 정책 기조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원이 풍력 사업이기 때문이다. 두산의 풍력 발전 설비를 사들일 발전 공기업이 얼마나 돈을 쓸 지가 관건이다.
 
정부의 전력 정책에 따라 영업이익이 좌우될 수 있다는 뜻이다. 재계 관계자는 “박 회장 일가의 두산퓨얼셀 지분 매각 선언으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을 향한 성의표시의 메시지는 전달 됐다고 본다”며 “두산은 이를 통해 정부의 에너지 사업 지출 판단에서 두산에 대한 긍정적 신호를 기대할 것”으로 분석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