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탁 끝난 北저작권료, 임종석의 경문협이 국고환수 피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0.10.05 16:42

수정 2020.10.05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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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일 오후 서울 성동구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에서 열린 9기 이사회 1차 회의에 앞서 당시 재단 이사인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임종석 대통령 외교안보 특별보좌관(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표로 있는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이 북한 저작권료가 국고로 귀속될 상황에 처하자, 일단 돈을 찾은 뒤 재공탁하는 방법으로 기간을 연장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5일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문협은 북한에 전달하지 못한 조선중앙TV 등의 저작권료 가운데 10년의 법원 공탁 기간이 지난 약 2억3000만원에 대해 '회수 후 재공탁' 방식으로 국고 환수를 피했다.

박왕자 이후 北에 송금 못한 21억원
10년 공탁기간 넘기면 국고로 귀속
경문협, 통일부 협의해 다시 찾아가
기한 지난 2억여원은 회수후 재공탁

경문협은 2005년부터 북한과 '남북간 저작권협약'을 맺고 국내 지상파 및 종편 등 9개 방송사로부터 조선중앙TV 등 북한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료를 대신 걷어왔다.
 
경문협은 2008년까지 약 7억9200만원의 저작권료를 북한 측에 보냈지만, 2008년 박왕자씨 금강산 피살사건 이후 저작권료 송금이 차단됐다. 이에 경문협은 방송사들로부터 걷은 저작권료를 법원에 공탁해왔다. 현재까지 공탁금이 약 20억9243만원에 이른다.
 

북한 저작권료 공탁금 현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현행법상 법원 공탁금은 청구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날로부터 10년 동안 수령 및 회수조치를 하지 않으면 국고로 환수된다. 이에 따라 2009년분 저작권료인 2265만원과 2010년분 저작권료 2억789만원은 보관 기간 10년이 넘어 국고로 귀속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경문협은 해당 저작권료를 회수한 뒤 법원에 재공탁하는 방식으로 북한 저작권료를 국고에 귀속시키지 않고 연장했다. 
 
경문협의 등록 부처인 통일부는 이에 "북한의 저작권은 우리 법원도 지난 1987년부터 우리나라의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해야 할 권리로 인정하고 있다"며 "법원에 공탁된 저작권료의 수령 및 회수에 대한 권리는 전적으로 청구권자인 경문협에 있으며, 경문협이 이를 회수해 재공탁하는 방안에 대해 통일부와 논의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경문협의 북한 저작권료 공탁금 21억은 지난 7월 국군 포로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뒤 채권압류 및 추심을 통해 위자료로 지급받기 위해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인 상황이기도 하다. 
 
김기현 의원은 "북한의 저작권료를 환수해 국군포로 피해자 및 유족에게 먼저 실질적인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8월 18일 광주 남구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과의 업무협약식에서 경문협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4년 남북 교류를 위해 설립된 비영리 민간단체인 경문협은 586 운동권 출신인 더불어민주당의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우상호 의원, 홍익표 의원 등이 이사로 활동했다. 임종석 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2대 경문협 이사장(2005~2007년)을 맡은 뒤 현재 다시 대표직을 맡고 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