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원격수업에 대한 고민은 한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188개국 15억7602만 명의 학생이 학교 대신 집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 각국은 학생 간 학습격차가 심화하고 있다며 우려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만들어 낸 전 세계적 현상이다.
비대면 수업이 '뉴노멀'이 된 요즘 다른 나라 학교들의 상황은 어떨까. 미국·중국·일본에 각각 거주하는 한국인 엄마들에게 현지 원격수업의 상황을 들어봤다.
미국 "학급 인원 줄이고 발표 수업 진행"
초2인 둘째 딸의 경우 17명이 함께 수업을 듣는다. 지난 학기 학급 인원은 22명이었지만 비대면 수업을 고려해 학교에서 학급 규모를 축소했다. 덕분에 교실에서 수업하듯 학생 한 명 한 명을 지목해 질문하고 답변하는 발표 수업이 가능한 것 같다고 이씨는 설명했다.
교육 당국은 자료 제작과 기기 보급을 전담해 교사의 부담을 덜고 가르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씨는 "주(州) 교육청에서 제작한 강의 자료와 학습지를 그대로 수업에 활용한다"며 "아이들 전용으로 쓸 수 있는 학습용 디바이스가 있는지, 집에서 인터넷 연결은 원활한지 수요 조사를 꼼꼼히 하더라. 필요할 경우 가정 형편과 관계없이 누구든 학습 기자재를 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원격수업 기간에 조·종례나 출석 체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한 학부모의 불만이 커지자 교육부는 지난달 15일 원격수업 중에 모든 학급이 실시간 조·종례를 하라는 구체적인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물론 미국도 지역과 학군에 따라 원격수업의 양상은 다르다. 이씨는 "유학·연수 때문에 체류 중인 한국인, 재미동포들 상당수가 자녀 교육을 고려해 교육열 높은 우수학군에 거주한다. 그래서 그런지 온·오프라인에서 만난 한국인 부모들은 대부분 원격수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중국 상하이 "과학 실험도 체육도 실시간으로"
특히 IT 인프라, 학교 수준 모두 상대적으로 훌륭한 대도시에선 원격수업이 빠르게 정착됐다는 평가다. 중국 상하이에서 유치원생·초등학생·중학생 3남매를 키우고 있는 김경정씨는 "텐센트의 온라인 수업 플랫폼으로 개학식마저 온라인으로 평소와 똑같이 진행했다"며 "전교생이 동시에 접속해도 끊기지 않아 신기했다"고 말했다.
수업이 끝나면 교사는 각 반 온라인 게시판에 과제물을 올린다. 학생들은 각자 집에서 이를 출력해 문제를 풀고 사진을 찍어 제출한다. 부모들에게는 시 교육위원회가 집필한 온라인 수업 지도서가 제공됐다.
물론 부모로서 손 가는 일은 많다. 김씨는"등교를 하지 않고 원격수업을 하다보니신경쓸 일이 많다"며 "그래도 온라인 수업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쉬는 시간은 어떻게 활용할지, 체육 활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자세히 나와있어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자체 플랫폼으로 통해 원격수업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중국과 달리 한국은 지난 학기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활용한 비율이 6%에 불과했다. 콘텐트 활용과 실시간을 병행한 수업을 포함해도 14.8%에 불과하다.
일본은 코로나 확산에도 대면수업 강행
학교의 원격수업은 유튜브에 교사가 올려놓은 수업 영상을 참고하며 가정학습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교사가 학교 홈페이지에 일주일 치 과제물을 올리면 이를 출력해 사용하도록 하고, 원하는 학생은 학교에서 가져갈 수 있도록 비치해뒀다. 한국에서 가장 흔한 원격수업 방식인 '콘텐트 활용 수업'과 비슷하다.
최씨는 "8월 여름 방학이 끝나고 9월에도 정상 수업 중이다. 책상 2면(전면·좌측)에 가림판을 설치하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수업을 듣는다"고 밝혔다. 물론 감염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최씨는 "학부모에 따라 등교를 시키지 않고 가정학습을 지속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