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5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자리였는데,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종전선언이나 서해에서 일어난 북한군의 한국 공무원 사살 사건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29일(현지시간) 75차 유엔총회 연설
서해 한국 공무원 총살 만행 언급 안 해
"바이러스 차단 위해 사소한 양보 없어"
"경제 환경 절실하지만 존엄 안 팔아"
김 대사는 "바이러스 유입을 철저하게 차단하기 위한 국가적 조치들이 빈틈없이 취해지고 있다"며 "공화국 정부는 유입 위험성이 완전히 소실될 때까지 사소한 행위나 양보도 허용하지 않고 국가 비상 방역 조치를 더 강화해 나감으로써 인민의 안녕과 국가의 안전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코로나19나 태풍 등으로 피해가 심각한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김 대사는 "올해 뜻하지 않은 자연재해로 적지 않은 손실을 입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자체의 힘으로 빠른 시일 안에 인민들에게 안정된 생활을 안겨주기 위해 힘찬 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열린 제74차 총회에서 김 대사는 미국을 향해 북·미 정상회담 당시 채택했던 6·12 북·미 공동선언을 지키라고, 한국에는 외세 의존적 태도를 벗어나라고 촉구했다. 이번에는 미국이나 한국을 향한 직접적인 요구는 없었다. 대신 도움 없이 스스로 가겠다는 의지를 연설 곳곳에서 나타냈다.
김 대사는 "스텔스 전투기를 비롯한 첨단 무장 장비들이 조선반도에 투입되고 각종 핵 타격 수단들이 우리를 겨냥하고 있다"며 "우리가 찾은 결론은, 평화는 어느 일방이 바란다고 해서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핵무기나 미사일 개발 등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오직 전쟁 그 자체를 억제할 수 있는 절대적 힘을 가질 때만 진정한 평화가 수호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경제건설에 유리한 대외적 환경이 절실히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대북 제재 해제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결코 화려한 변신을 바라며 목숨처럼 지켜온 존엄을 팔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 대사는 지난해 연설 때와 마찬가지로, 시리아·쿠바·베네수엘라·팔레스타인 등에 대한 연대와 지지도 표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