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지역농협 출근 시간은 9시까지다. 그러나 근무자들에게 영업 준비를 위해 정해진 근무시간보다 30분 일찍 출근하도록 했다. 통상 시중은행은 이럴 경우 해당 근로시간에 대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한다. 그러나 이 지역농협은 수당을 주지 않고 매일 30분씩 ‘공짜노동’을 시켰다. 직원에 지급하지 않은 연장근로수당은 총 4억1000만원에 달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부터 한 달간 지역 농·수·신협과 새마을금고 등 중소 금융기관(150개소)에 대한 근로 감독을 실시한 결과, 146개 기관에서 총 591건의 노동관계법 위반 행위가 적발됐다고 28일 밝혔다. 감독을 나간 기관 중 4곳(0.7%)을 빼고는 모두 법 위반 행위가 있었다.
특히 많이 적발된 사례는 연장·휴일근로수당 미지급이었다. 당초 정한 근무시간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도록 강제하면서 연장근로수당을 주지 않거나, 의무 교육·행사 시간에 대한 수당을 주지 않은 사례가 많았다. 경기도의 한 지역농협의 경우 근무시간 이후에 의무 교육을 했음에도 연장근로수당 5700여만원을 지급하지 않아 적발됐다. 김도형 고용부 근로감독기획과장은 “감독 결과, 일하고도 돈을 주지 않는 이른바 ‘공짜노동’이 만연했다”고 설명했다.
대다수(146곳) 기관은 기초 노동질서도 지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가를 쓰지 못하고 일한 데 대한 수당(연차휴가수당)을 주지 않거나, 취업규칙을 신고하지 않거나, 비정규직을 차별한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근로 감독 대상 중 직장 내 괴롭힘 행위 발생 가능성이 큰 기관 30개소를 뽑아 설문조사 한 결과, 11개소에서 응답자 50% 이상이 최근 6개월간 1차례 이상 괴롭힘이 있었다고 응답했다.
법정 최저임금조차 주지 않은 곳도 있었다. 강원도의 한 새마을금고는 신입 직원에게 최저 임금도 주지 않았다. 최저임금 미달액은 총 700여 만원이었다.
고용부는 이 같은 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지시와 함께 과태료 부과 등의 처분을 할 예정이다. 시정지시를 했음에도 다음에 또 적발되면 곧바로 형사처분 대상이 된다.
김 과장은 “중소 금융기관에서 기초 노동질서 위반이 만연한 것은 사업주 관심 부족과 업무 담당자의 낮은 법 이해도가 주요 원인”이라며 “‘공짜노동’을 예방하기 위해 체계적인 출·퇴근 관리 시스템을 마련토록 지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