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당 관계자에 따르면, 황 전 대표는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 인근에서 당 초선 의원 일부와 만났다. 김승수·김희곤·박성민·박수영·정동만·엄태영 의원 등 현역 의원 6명과 황 전 대표의 지인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에 따르면 회동은 황 전 대표의 제안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황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이나 총선 과정에서 느낀 아쉬움 등을 주로 토로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문 정부의 실정이나 정치권의 현 상황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는데, 내용이나 어조가 매우 진지해 고민이 꽤 많았던 것 같았다”며 “나머지 대화는 선거를 치르느라 고생 많았다거나 당선된 것을 축하한다는 등의 덕담이 주를 이뤘다”고 전했다.
정치 재개와 관련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고 한다. 또 다른 참석자는 “그냥 가볍게 식사하는 자리였다”며 “복귀 의사가 있는지, 언제일지 궁금하긴 했지만 그 얘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는 이 회동이 있고 닷새 뒤인 21일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 공판으로 서울남부지법에 출석했다. 이때 취재진과 만나 당 대표직을 내려놓은 후 처음으로 정치적 메시지도 냈다. 그는 “총선 후 5개월간 불면의 밤과 회한의 나날을 보냈다”며“저의 부족함으로 선거에서 패배했고 나라는 더욱 무너지고 약해졌다. 천추의 한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법정에서는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면 당 대표였던 나를 처벌해 달라”며 “책임져야 한다면 명예롭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당 관계자는 “총선 패배의 아픔을 어느 정도 회복한 것 같았고, 당 의원들을 챙기는 발언도 적극적으로 해서 복귀 의지가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다시 당내 세력을 만들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며 “최근에 원외 당협위원장들에 대해 당무 감사까지 하면서 비상대책위원회 중심의 대대적인 물갈이가 진행되고 있지 않냐”고 덧붙였다.
윤정민ㆍ김기정 기자 yunj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