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1일부터 3일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분·초 단위로 설명하라.”(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국가안보를 정략적으로 사용하지 말라.”(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
북한의 민간인 사살 후 시신 훼손 사건에 대해 여야가 25일 내놓은 엇갈린 반응이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대응에 문제가 있다며 정권 때리기에 나섰고, 민주당은 정략적 공세로 규정하며 방어에 총력을 기울였다. 야당의 공격과 여당의 방어는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 직후와 똑같은 구도다. 다만 12년 전 수세에 몰렸던 국민의힘이 이번엔 공세에 나섰고, 정부 책임을 추궁하던 민주당은 수세에 몰렸다.
김 위원장은 이날 조찬 간담회에서 “대통령이 보고를 받고도 구출 지시를 내리지 않았고, 두 아이를 둔 가장이 살해당하고 불태워지는 것을 군은 6시간 동안 지켜보기만 한 것 같다”고 했다. 사망한 이모(47) 씨 실종이 확인된 21일부터 문 대통령 첫 지시가 나온 24일까지 대응이 미숙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침묵도 도마 위에 올랐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국군의날 기념식에서는 이 사건에 대해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이 침묵하고 군이 지켜보는 사이에 북한군은 총을 쐈고 시신마저 태워 유기했다.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부당한 정치공세’라는 논리로 방어에 나섰다. 설훈 의원은 YTN 라디오 ‘출발 새 아침’에서 “문 대통령이 (북한) 도발을 알고 연설을 했다는 것은 부당한 정치공세에 가짜뉴스”라고 했다. 김경협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평화정책 탓’이라거나 ‘종전선언 제안 탓’이라는 해괴한 논리까지 동원해 우리 정부와 군을 비난한다”고 했다.
12년 전에도 대통령 침묵 논란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은 당시 수세 입장이었다. 홍준표 당시 원내대표는 사건 사흘 뒤 “(북한이) 남북 합동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것도 국민을 분노케 한다”면서도 “이 문제로 남북관계가 경색돼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 공세가 거듭되자 한나라당은 ‘북한 때리기’를 최종 탈출구로 삼았다. 윤상현 당시 대변인은 “북한은 무고한 여성 관광객을 골라 등 뒤에서 무자비한 총질을 해 댔다. 인륜적 범죄 행위”라고 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