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군 관계자는 국방부 기자단과 만나 “9ㆍ19 합의에선 (월경한) 사람을 쏘라 마라 합의돼 있지 않다”며 “(NLL 주변) 완충 지역에서 사격이 안 되는 것은 포격이지, 소화기 사격은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군은 이날 ‘소화기’라는 표현을 썼지만, 실제 어떤 화기로 몇 발을 쐈는지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9ㆍ19 합의 내용 중 “(해상에서는) 포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을 중지하고 해안포와 함포의 포구ㆍ포신 덮개 설치 및 포문 폐쇄 조처를 하기로 했다(1조 2항)”는 조문을 두고 하는 설명이다.
"합의는 포격 금지, 소화기 규정 없어"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때도 "위반 아냐"
청와대도 "9·19 합의 위반 아니다"
합의문엔 "일체 적대행위 중지" 담아
서욱은 취임 직후 '9·19 합의' 강조 행보
그러나 군 안팎에선 군의 이같은 해명이 “9ㆍ19 합의 정신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무엇보다 9ㆍ19 합의는 “육ㆍ해ㆍ공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을 야기하는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 중지”를 가장 앞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서욱 국방부 장관은 2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합의문) 조항에 정확히 나오는 건 아니지만, 합의 정신에 위배된다고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군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군 설명에 따르면 북한군은 아무런 경고 없이 비무장 상태의 민간인을 향해 조준 사격을 가했다. 이뿐 아니라 총격 이후 남측에 어떤 통보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우리 군이 23일 유엔사령부 등 여러 채널을 통해 접촉하고 있지만, 연락 두절인 상황이다.
9ㆍ19 합의문에는 ‘안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도 명시돼 있다. 구체적으로는 “쌍방은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에 출입하는 인원 및 선박에 대한 안전을 철저히 보장한다(3조 3항)”고 돼 있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9ㆍ19 합의 위반 여부는 면밀히 검토해봐야 한다”고만 답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서욱 국방부 장관의 ‘9ㆍ19 합의 강조’ 행보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서 장관은 취임 이튿날인 지난 19일 6ㆍ25 전사자 유해 발굴을 하는 화살머리고지(강원도 철원)를 찾았다. 취임 이후 첫 현장 순시였다.
서 장관은 이날 “9ㆍ19 합의는 남북 간 군사적 충돌 방지와 신뢰 구축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9ㆍ19 합의의 충실한 이행을 통해 접경지역 일대에서 군사적 긴장이 실질적으로 완화됐다”고 말했다.
한 군 관계자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이미 북한이 수차례 군사합의를 위반했을 때도 정경두 당시 장관은 ‘합의 위반이 아니다’라고 했다”며 “지금까지 한 행동만 보면 북측은 벌써 합의를 폐기했다. 이제 민간인까지 죽인 상황인데도 합의가 살아있다는 것은 무슨 의미냐”고 반문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