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주요 경제부처 가운데 관할 연구기관이 없던 곳은 재무부뿐이었다. 조세·재정 관련 연구가 필요할 때마다 재무부는 한은 조사부를 활용하면 됐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경제기획원 산하이던 시절이다. 88년과 89년 이어진 갈등에 한은을 더는 활용할 수 없게 되자 재무부 내부에서 산하 독자 연구기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리고 91년 한국조세연구원이 탄생한다. 전 재무부 장관이 초대 원장을 맡았다. 조세재정연구원의 전신이다. 재무부와 한은의 갈등이 없었다면 조세재정연구원 역시 없었거나 창립이 훨씬 늦어졌을 거란 얘기다.
통화·재정정책에 있어 지역화폐는 더는 ‘찻잔 속 태풍’이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역화폐 남발에 불을 붙였다. 올해만 9조 원어치가 발행됐다. 내년엔 15조원 규모로 늘어난다는 예고(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까지 나왔다. 이번 논란으로 드러났듯 지역화폐는 법적 근거도 모호하고 효과 역시 불분명하다. 제대로 된 연구도 그동안 없다시피 했다.
논란이 고조되는 데도 재정 당국(기획재정부)과 통화 당국(한은) 모두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영역과 권한을 두고 오랜 기간 전쟁을 벌여왔던 두 기관이 이럴 때만큼은 한마음이다. 정치권 눈치보기든, ‘우리 영역이 아니다’란 판단이 자리하든 말이다.
어차피 갈등 속에 탄생한 조세재정연구원이다. 진짜 얼이 빠지게 정치권으로부터 난타당하고 있지만 학자적 양심에 따라 진행한 연구면 문제 될 게 없다. 국가 경제에 이익이냐, 손실이냐를 두고 벌어지는 논쟁이라면 갈등보다 더 나쁜 게 침묵과 외면이다.
조현숙 경제정책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