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1시간된 사람도 잡아낸다" 피 한방울로 바이러스 진단

중앙일보

입력 2020.09.23 13:00

수정 2020.09.23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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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 유심칩을 이용해 실험 중인 UNIST 연구원 [사진 UNIST]

 
엄지 손가락 만한‘인공 혈관 칩’에 혈액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병원균 감염 여부를 즉석에서 알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발열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도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다. 전문적인 검사기기가 필요 없어 현장에서도 바로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UNIST는 바이오메디컬공학과(BME)의 강주헌 교수팀이 바이러스나 세균의 감염 여부를 10분 만에 판별 할 수 있는 미세 유체 칩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머리카락 수준으로 가느다란 관으로 이뤄진 칩에 감염된 혈액(유체)을 넣으면 혈액 속 백혈구가 유체 관(인공 혈관) 벽면에 달라붙는다. 감염된 사람은 벽에 달라붙는 백혈구 숫자가 건강한 사람에 비해 눈에 띄게 많기 때문에 저배율의 광학현미경만으로 감염여부를 쉽게 판독 할 수 있다. 감염을 경험한 백혈구의 흔적을 찾는 것이다.

UNIST 강주헌 교수팀, 인체 혈관 모방한 감염 조기·신속 진단 기술 개발

미세 유체 칩의 구조와 유체 관에 부착된 백혈구 (A) 개발된 미세 유체 칩 ( 좌 ) 과 유체 칩을 측면에서 본 구조 ( 우 ) (B) 미세 유체 칩의 사진과 백혈구의 부착 (rolling) 현상을 관찰한 사진 . 건강한 사람의 경우 부착된 백혈구 숫자가 적다 . [자료 UNIST]

 
감염 극 초기에도 감염 여부를 알아낼 수 있다. 감염된지 1시간 밖에 지나지 않은 사람도 병원균에 감염됐는지 여부를 알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만 특정해서 판별할 수는 없다. 강 교수는 “기존의 혈액배양이나 PCR 검사에 앞서 우선적으로 감염 여부를 알 수 있고, 진단에 필요한 광학현미경도 이미지 확대에 필요한 배율이 낮아 스마트폰에 장착이 가능한 수준”이라며 “궁극적으로 5~10분 내에 감염여부를 진단하는 저렴한 휴대용 1차 진단 시스템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달 29일 국제 학술지 바이오센서&바이오일렉트로닉스저널 온라인판에 공개됐고 현재 출판을 앞두고 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